지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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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효서·은희경 소설가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6편이었다. 그 중 중편소설이라는 장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작품은 세 편 정도. 단편소설로 다룰 만한 단선적 이야기를 중편으로 쓰면, 이야기가 늘어지거나 불필요한 정보가 많아지게 마련이다.

짝눈은 성형수술 후 발생한 의료사고를 다뤘다. 흥미로운 소재에도 불구하고 상투적인 가족 서사로 다뤄진 점이 아쉬웠다. ‘히작을 그리다는 감정 과잉과 사변적인 장광설이 낡은 방식으로 비쳐졌다. ‘워킹 홀리데이는 주제를 향한 구심력과 소설적 건축이 없는 소박한 기록을 넘어서지 못했다.

네 번의 식사에는 한 여성의 병적인 인생여정이 펼쳐진다. 산만하고 종잡을 수 없는 이 이야기는 마지막에 가서야 과거의 상처와 고통의 집요함을 드라마틱하게 폭로하지만, 거기까지 따라가게 만들 만한 이야기의 힘과 설득력이 부족하다. ‘코스터는 자매의 성장기 혹은 편력기라고 말해질 만한 청춘서사다. 자신은 부동자세로 있는데도 세계가 움직인다는 인식이 이 난삽한 소설을 끝까지 받쳐준다. 그러나 서사적 맥락이 약하고 사유가 지나치게 표피적이라는 단점을 보완할 만큼 신선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당선작은 무덤이 조금씩이다. 존재의 파장이 조금씩 부딪치며 균열이 생기고 무력해지고 소멸되고 결국 무너지는 현상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소소하고 우연한 만남의 이야기지만 결국은 그 뒤에 작동하는 거대한 죽음에 대한 사유다. 천천히 죽어가는 인생과 그 사이에 출몰하는 사랑의 숙명을 섬세하고도 날카롭게, 고통스럽지만 차분하게 그려낸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되는 수상한 긴장감과 문체에서 기량을 엿보게 된다, 우리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관광객이란 렌즈로 바라보게 되는 슬픈 세상. 그 상상에 기꺼이 설득됐다. 큰 축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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