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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 문학평론가·김혜순 시인·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

  본심에서 6명의 작품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펜트하우스4편의 시는 비유를 적절히 운용해서 한 편의 시를 끌고 간다. ‘엄마가 방안에 앉아 재봉틀로 짝퉁 루이비통에 유성들을 박아넣는 경험에서 시가 발아한다. 그 자리에서 재봉틀은 유성이 되고, 방은 펜트하우스가 되고, 인공위성을 미행하며, 재봉틀의 잔소리가 음속을 돌파한다. 비유된 세계와 실재 세계가 일대일로 대응하고 있다. 다른 시에서도 자신의 입으로 불어야만 하는 진술행위와 유리 알전구 만들기 같은 두 가지 행위가 불다라는 동사의 주어로서 같은 의미를 내포해 배열되고 있다. 그러나 시 한 편에 다 포함될 수 없는 문장들이 돌출하고, 비유에 치중하느라 현실감을 놓쳐버리는 부분이 지적됐다.

훈풍4편의 시는 시편마다 들어 있는 간곡한 말, 경험을 고백할 때 언뜻 보이는 아픈 정경들의 표현이 좋았다. 자신의 기억을 말에 걸칠 때 그 말의 결을 스스로 발명해내는 것이 시의 새로움이란 사실을 증명하는 문장들이 있었다. 그러나 영특한 손놀림’, ‘팔딱이는 주먹 심장처럼 두 개의 단어나 세 개의 단어로 경험을 응축해버린 어귀들이 많고, 이 부분들이 오히려 시를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입과 뿌리에 관한 식물학4편은 상상력으로 시를 끌고 간다. 은유된 언어의 머뭇거림과 확장, 빠른 질주와 멈춤이 한 편의 시를 완성한다. 시는 마치 점령할 수 없는 나라의 국경처럼언어로 만든 점과 선, 리듬으로 시에 여러 개의 경계를 설정한다. 동시에 언어적 상상으로 세상을 더듬어 나가고, 더불어 떠나고, 정신의 세계를 어루만진다. 무작정 떠나는 것이 아니라 단어와 단어, 음운과 음운들이 서로 조응하면서 달려간다. 시의 입술을 달싹여 저 마젤란 펭귄이 사는 곳까지 뿌리를 내리며 가는 것이 아마도 이 시인의 식물학이리라. 논의 끝에 응모작 5편 모두 고른 시적 개성과 성취를 가진 점을 높이 사서 입과 뿌리에 대한 식물학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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