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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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렬
△1961년 경기 여주 출생



  겁도 없이 늘 그랬던 것처럼 아침부터 당선통보 전화를 기다렸다.

  겉으론 태연한 척 했으나 속으론 이루 말할 수 없는 초초감이 엄습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두렵기까지 한 순간. 그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신춘문예 당선통보였다. 순간 지나간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갔다. 기자의 질문에 울먹이며 대답했지만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 당황했고, 한편 기쁨이 북받쳐 엉엉 울었다. 신춘문예 최종 결선에 오르기만 7년, 참으로 머나먼 길을 돌아 돌아왔기에 더할 나위 없이 기쁘기만 하다.

  특별한 일이 없는 날이면 직장에서 돌아와 밤 9시에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선다. 운동을 한다기보다 머릿속에서 시조를 쓰고, 또 썼다가 지우기를 되풀이하며 퇴고를 거듭했다. 시조를 쓰다보면 잘 안될 때가 많다. 그러다 문득 어떤 사물을 보고 소재와 서사(敍事)를 떠올리곤 한다. 어느덧 10년 넘게 반복된 생활을 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이었다. 집 앞 재활용 의류수거함이 눈에 들어왔다. 그 옆에 박주가리 덩굴 한 그루가 전봇대를 타고 올라와 마침내 의류수거함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치열한 자리다툼을 하는 우리네 삶처럼, 지금의 나를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다 같이 잘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주위엔 배고픈 사람들이 많다. 긍정의 힘을 믿고 굶주리며 사는 이웃이 어디 한두 사람뿐이겠는가. 나의 시조 짓기 또한 그랬다. 감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았지만 해낼 수 있다는 각오와 실천으로 오늘 비로소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

  저의 부족한 작품을 간택해주신 심사위원께 큰절을 올린다. 아울러 동아일보사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 드린다. 알고 보면 저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저의 어떤 ‘작은 싹수’ 같은 것을 발견하고 이 길을 열어주신 윤금초 교수님, 격려와 용기를 북돋아주신 문우 여러분이 계셨기에 오늘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러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울러 늘 제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주)경동 명예회장께도 감사드린다.

  늘 곁에서 내조해주는 아내와 잘 성장한 아들딸과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 고향집을 홀로 지키시는 어머니, 8년 전부터 중증치매를 앓고 계시는 아버지께 영광을 돌린다.

  항상 깨어있으면서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우리 정형시를 열심히 쓸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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