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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 문학평론가·김혜순 시인·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

  본심의 심사 대상이 된 작품들을 읽으면서, 이 시들을 쓸 때 이 응모자들은 자신의 내부로부터 어떤 간절한 욕구가 있었는가 아니면 어떤 경로로 시를 쓰는 과정에 입문하게 되어 습관처럼 시를 쓰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질문해 보고 싶었다. 그만큼 장식과 조립에 치중한 시들이 많았으며 재주나 재치에 기댄 시가 많았다. 응모작 전체가 고른 수준을 갖춘 예도 드물었다.

  김태형의 ‘수상한 식인’ 외 3편은 일종의 은유 놀이로서 ‘노르웨이’라는 거처를 시에 등장시켜 자유자재로 그 거처의 경계를 입술이나 국경으로 늘려 잡으며 유희하고 있었다. 우리는 가끔 우리의 집을 은유해서 ‘노르웨이’ 같은 이름으로 비유해 불러야만 할 것 같지 않은가. 시가 재미있는 지점들을 품고 있었지만 함께 응모된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같은 시들에는 이 시를 쓴 시인의 역량을 의심케 만드는 거친 일면이 있었다.

  김상도의 ‘졸립다가 마른’ 외 4편은 거미줄에 걸린 줄도 모르는 곤충처럼, 우리의 일요일 같은 휴식이나 평화, 그 뒤에 도사린 위태로움을 슬며시 혹은 경쾌하게 던지는 솜씨가 좋았다. 그런 상황을 ‘졸립다가 마르는’ 같은 형용어귀로 눙쳐버리는 것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뒤에 붙은 4편의 언어 실험적인 시들이나 나열, 조립의 시들이 이 시의 감동을 반감시켰다.

 ‘쌈’ 외 4편은 ‘쌈’을 ‘동굴 속의 어둠’, ‘스치면 베이는 얇은 종잇장’, ‘어둠의 봉지에 싸인 이 밤’, ‘구멍난 방충망’, ‘달의 뒷장’, 긴 혀’, ‘보쌈’으로  비유하고, 이 비유에 어울리는 쌈장을 ‘달콤한 진딧물 감로를 섞어 만든 장’ 으로 만들고 난 다음 이 모든 사물과 자연 현상을 흡입하는 나를 내세워 자연의 아름다운 변화와 삼투, 세월과 일식을 파노라마처럼 전개하고 있었다. 유쾌한 유머가 있고, 축소와 확장이 화자의 입을 통해 전개되는 재미가 있었다. 그렇지만 시 속의 ‘나’는 쌈을 멋지게 비유해낼 수 있지만, 과연 이러한 ‘쌈’의 현상들이 시적 화자의 감각들을 통과했다고 볼 수 있겠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그럼에도 응모작들이 각각 다른 경향성을 보이기는 하지만 5편 모두가 나름의 탐구가 있는 점을 높이 사서 ‘쌈’을 당선작으로 선하는 데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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