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당선작
2018
2017
2016
2015
2014
2013
2012
2011
2010
2009
2008
2007
2006
2005
2004
2003
2002
2001
2000
1999
1998






최윤혜
△1968년 서울 출생
△연세대 국문과 대학원 졸업(박사)

  지난 계절 나는 내 인생의 가장 혹독한 시련이라고 할 어떤 앎을 통과하고 있었다. 신이나 마음에도 육체가 있다면 그것이 산산이 깨어지는 슬픔에 대해 나는 생각했고, 그것이 혼자만의 고립된 경험이 아니라는 것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직 그것의 전개에 대해 아무 것도 이해하고 있지 못했을 때 하나의 문장을 떠올렸고, 그것이 스스로 자기 육신을 꾸려가는 과정 속에서 이 소설을 쓰게 됐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이유를 알 수 없이 무언가에 열중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경험이며, 새로운 감각으로 세상의 정면을 직시하는 일이다. 일상적 삶의 경계를 흔드는 경험 속에서도 자신의 가장 예쁘고 좋은 것을 찾아 그것이 잘 자랄 수 있게 최선의 정성을 다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글 쓰는 즐거움을 방해하지 않으며, 심지어 격려하는 세상의 모든 에너지와 실체들, 내가 알거나 아직 알지 못하는 사람과 마음들에 감사드린다. 내가 작가가 된다는 것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으셨던 어머니와 마음속에 살아있는 나의 아버지께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의 어리둥절하고도 기쁜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다.

  인생이 힘들었을 때 문득 칸트의 심미적 개념이 떠올랐다. 아무 이해관계가 없지만 시간을 저절로 바치면서도 즐거워지는 것, 목적 없이 만나도 마음이 행복한 사람들을 위해 내 인생의 소중한 시간과 마음을 쓰는 것이 삶을 아름답게 하는 길 아닐까. 글쓰기가 흘러가는 시간 위에 적은 작은 낙서일지라도 누군가에게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기억이 될 수 있게, 내가 아는 가장 깊은 언어를 찾을 수 있도록 나 자신을 단련하겠다.

  이 수상을 나는 그 길을 걸어가도 괜찮다는 세상의 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 길을 열어준 동아일보와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마음으로부터의 감사를 전한다.


 

 

Copyright 2002 donga.com. E-mail.sinchoon@donga.com
Privacy poli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