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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
△1989년 서울 출생
△서울예대 극작과 2년

 당선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쓰는 이 글이 전화를 받았을 때의 황홀감을 10분의 1, 아니 100분의 1, 아니 억만 분의 1이라도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당선 소감조차도 바르르 떨리고 있는 마당에 이 기분을 어떻게 표현할지….

사실 스무 살이 되기 전까지 내가 희곡, 아니 글을 쓴다는 생각은 아예 없었습니다. 집 근처의 강동고등학교를 자퇴. 그 뒤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몰라 불안감을 분출하는 통로로 역사‧철학 등 인문 서적을 읽으며 머릿속에 오만가지 잡생각에 동네를 홀로 돌아다니며 의미 없이 걸었던 시간.

스무 살이 되어서야 이런 것들을 글로 표현하고 싶어 대학에 갔고, 그곳에서조차 내가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을 때, 홍대 사거리에서 처음 본 연극이란 장르는 내 안의 무언가를 홀려 무조건 희곡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아직도 그게 왜 그랬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생전 처음이었습니다. 연극과 영화를 보고 학생들과 토론을 하고 공연을 제작하며 밤을 새우고 자취방에 돌아와서는 연극‧영화 관련 서적을 읽고 쓰는 걸로 다시 날이 밝고, 무언가를 탐구한다는 게 이렇게 재미있다는 걸 느낀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그 재미란 것을 느낀 순간 지난 이십여 년간 있었던 나의 지워버리고 싶은 부끄러운 시간이 오히려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너무나도 소중한 소재가 되었고, 연극이란 것에 티끌만큼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썼던 희곡들이 지금의 당선전화를 들려준 것 같습니다.

희곡의 텍스트를 보고 감동하게 해준 이강백 교수님, 희곡 쓰는 법을 알려준 윤조병 교수님, 연극을 만든다는 것이 이토록 행복한 것인지를 알려준 오태석 교수님, 제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 저의 꿈같은 첫 당선이었던 원광대문학상의 심사위원 신귀백님과 이상복 교수님, 늘 함께하며 응원해주시는 부모님과 누나, 그리고 내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신경 쓰지 않고 술 먹으러 가자며 전화하는 내 진짜 친구들… 그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내 열등감, 패배감, 부끄럽고 지워버리고 싶은 순간이라는 아름다운 것들에게 감사합니다.

당선전화는 내가 연극에 평생 바칠 수 있는 반석이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이 반석으로 연극판에 평생 구를 수 있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건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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