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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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시인, 장석남 시인.


  두 심사자가 예심에서 넘어 온 16명의 80여 편의 시들을 각각 읽고 난 뒤 정지우의 ‘납작한 모자’, 김복희의 ‘매일 벌어지는 놀랄만한 일’, 윤종욱의 ‘서툰 사람’, 김양태의 ‘흐르는 돌’, 종정순의 ‘알람들’, 조선수의 ‘분홍손’, 안미옥의 ‘나의 고아원’ 등을 당선작으로 논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고른 작품들은 거의 일치했다.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글쓰기를 “어떤 것의 존재를 지우면서도 그것을 읽기 쉽게 유지하는 몸짓의 이름”이라고 했다. 시 쓰는 것도 낡은 존재를 지우고 그 위에 새로운 존재를 세우려는 몸짓일 테다. 나날의 현존과 시적 현존은 섞이고 스민다. 그렇게 상호 삼투하는 나날의 현존과 시적 현존은 닮았으면서도 다르다. 시적 현존을 세우는데 상상력이라는 화학작용이 불가피하게 개입하는 까닭이다. 응모작들에서 그 다름을 분별하는 감각의 얇음과 두꺼움의 차이를 눈여겨보았다.

두 심사자는 안미옥을 당선자로 세우는데 흔쾌하게 동의했다. 다만 어떤 작품을 당선작으로 할 것인가 하는 데는 의견 조율이 필요했다. 그의 시는 재능의 촉을 충분히 느끼게 했고, 작품마다 다른 매력을 뿜어냈다. 고심 끝에 두 작품 ‘나의 고아원’과 ‘식탁에서’를 골랐다. 익숙함 속에서 익숙하지 않음을, 하찮은 것에서 하찮지 않음을 찾아내는 눈이 비범하고, 현존의 혼돈을 뚫고 그 눈길이 가 닿은 지점에 어김없이 생의 기미들과 예감들이 우글거렸다. 남다른 상상력과 때묻지 않은 자기 목소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신춘문예라는 통과의례 이후의 작품들에 대한 신뢰를 크게 더하게 한다. 험난한 시업(詩業)의 길에 들어선 것을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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