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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주
△ 1969 부산 출생


내 유년의 기억 속에 까까머리에 볼 빨갛던 막내 이모 친구 김행자님이 있었다. 어른들이 수군거리는 말로는 연애 실망해서 절로 들어갔다던 그 분은 가끔 탁발 나온 길에 친구인 막내 이모를 만나고 가곤 했다. 그분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 것은 묘한 미소 때문이었다.
분명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울 것처럼 그렁그렁 젖어있던. 그때는 그 슬픈 미소의 의미를 짐작도 못했지만 지금은 조금 알 것 같다. 행자 복에 가려진 어깨에 업장이 그렇게 힘겨웠던 것이리라. 속세의 티끌 다 버리려고 절에 들어가서는 속세에 연연하는 수행자라니. 불심이 깊은 것도 불연이 깊은 것도 아니기에 속가의 인연에 연연하는 그 슬픈 미소. 큰스님들이 들으시면 끌탕을 할 일이지만 내게는 왠지 그 연연함이 인간적으로 다가왔다.그래도 다 잊고 잔걸음이나 자박자박 스님의 길로 가신 그 분. 몇 년 전 신록이 우거진 날 청도 운문사를 다녀오고 난 후 까까머리에 볼 빨갛던 김행자님이 생각나서 글로 한번 남겨볼까 했는데 집안의 세 남자들(남편과 두 아들)과 싸우며 살다보니 탈고에만 2년이 넘어 걸렸다. 내 2년짜리 번뇌를 알아봐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리고 기회를 주신 동아일보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지금쯤 깊은 산사에서 초로의 비구니가 되어 있을 김행자님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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