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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은영
△1975년 광주 출생 △1997년 전남대 교육학과 졸업 △2001년 서울예술대 문예창작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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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왕자가 있었지요 마녀가 그들을 백조로 만들어버렸는데
차가운 밤바람 불어요 생각들은 얇은 이불을 뒤집어쓴 채 웅크리고 돌아눕네요
집집마다 꿈 한 자락 배달 나온 달이 가볍게 노크하는데
고양이가 꼬리에 한 가닥 감아말고 저 너머로 사뿐 사라지네요
저 너머로 쫓겨난 왕자들에게는 어린 여동생이 있었어요 어린 공주는 쐐기풀로 실을 자았는데요
묘지에서 자란 쐐기풀은 침묵의 푸른 옷이 되어 차곡차곡 어두운 바구니에 담깁니다
빈 밤거리 거역할 수 없는 붉은 문장 같은 정지등이 가득해요
규칙적으로 찾아오는 금지와 가능의 경계가 거북하네요
마녀에게 씌웠던 모자만큼이나 큰 낙엽들 몇 장이 굴러와요
어린 공주는 화형장으로 끌려갔지요 일곱 벌의 옷을 미처 완성하지 못했는데
요란한 머플러 소리를 내며 오토바이가 지나가요 덜컹이는 수레에 실려가는 공주를 보세요
몇몇이 공주의 손에서 남은 쐐기풀을 앗아갔어요 대신 욕설과 침을 던져 주었죠
12시 시계바늘처럼 화형목은 서 있고 시간은 이제 자정을 지나려 합니다
어린 공주 푸른 옷 높이 던졌고 일곱 마리 백조는 날개소리로 그녀의 침묵을 받아들였어요
흰 깃털 목이 메이도록 사방에서 쏟아져 내리며 쓰는 이야기
딸들이 더 어리신 따님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한쪽 날개 그대로 간직한 왕자가 하늘을 나는 대신 날개팔로 공주를 안아주었어요
바람이 새로워요
신호가 바뀌었네요 고마운 이름을 휘파람처럼 불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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