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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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저력 작가 가능성 보여
최원식(인하대 교수·문학평론가) 송기원(소설가)
(예심=신수정 함정임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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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중편부문에서 당선작을 내지 못하고 말았다. 두 해에 걸쳐 심사를 맡은 선자(選者) 중 한 명은 어쩔 수 없이 자괴에 빠지고 말았다. 이렇다 할 서사구조도 없이 단편을 길게 늘인 듯 무성의한 구성에서부터 주인공들의 불필요한 말장난, 현실의 재구성이라는 허구의 참뜻을 망각한 채 사실성 없이 펼쳐지는 사건 전개 등이 눈에 박히듯 아팠다. 대저 문학의 기본이란 무엇인가. 뭔가 밖으로 토해내지 않으면 차라리 죽을 것만 같은 강렬하면서도 광적인 내면의 표현 욕구가 아닌가. 그런 표현 욕구가 문학이라는 형식을 빌려 마침내 설득력을 얻고 감동을 불러일으키면 바로 훌륭한 작품이 될 터이다. 글을 쓰려는 이들은 모름지기 한번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볼 일이다. ‘글을 쓰지 않으면 나는 죽을 수밖에 없는가?’ 만일 쓰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대답이면 마땅히 그만두어야 한다. 아니면 말고 식은 정말로 안 된다. 소설을 포함한 문학 전체가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는 비문학(非文學)의 시대이다. 그만큼 작가로 사는 일도 힘들어졌다. 이런 비문학의 시대일수록 죽을 둥 살 둥 필생으로 매달리는 외길의 작가정신이 필요하다. 선자(選者)들은 바로 이 중편부문에서부터 그 희망이 생기기를 빈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작품은 ‘푸른 방이 불온하다’ ‘파워나모드’ ‘변종 캥거루 가족’ ‘시간이 나를 쓴다면’ 4편이었다. 이 중에서 ‘시간이 나를 쓴다면’을 아쉽지만 가작으로 뽑는다. 문장이며 구성이 많이 허술하지만, 백수라는 일상적 무력감을 주제로 삼아 끝까지 뒤쫓아 가는 성실한 저력에서 작가로서의 어떤 가능성을 보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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