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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 사이로 자기정체성을 향해”
강한섭 (서울예술대학 교수,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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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 부문도 영화흥행 시장에 못지않게 시류와 유행에 민감하다. 금년에도 변함없이 응모자들은 당해연도의 작품들 중 가장 화제가 된 최신 영화를 주로 비평의 대상으로 삼았다. 흑백 고전영화들은 물론이고 1970년대와 80년대 그리고 심지어 90년대의 작품들도 빠르게 잊혀지고 있다. 한국영화는 극장에서 상영이 끝나면 리바이벌 되지 않는 일회용 상품이다. 금년 응모작 29편중 거의 8할이 최신 흥행작 몇 편에 쏠려 있었다. 한국 영화평론의 시야와 관심은 더 넓고 깊어져야 한다.

커다란 신문사 봉투에 담겨져 택배로 전달된 응모작들을 일별한 다음 봉투를 닫고 이틀을 보냈다. 빨리 읽고 싶다는 가슴 두근거림보다는 가급적이면 피하고 싶다는 무의식의 방어기제가 기승을 부렸다. 영화는 쉽고 재미있는데 평론은 왜 어렵고 지루할까? 물론 영화평론은 감각적인 이미지 안에 숨어있는 의미의 망을 밝히는 이성적인 작업이다. 그러나 요즘 영화평론들에서는 영화라는 생명체는 사라지고 생경하고 난해한 관념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 경우가 많다. 평론가가 세상과 영화의 진짜 문제를 끄집어내 목숨을 걸고 승부하면 영화평론도 영화 못지않게 재미있을 것이다.

당선작으로 [올드 보이]를 평한 박유선의 [속임수 사이로 자기 정체성을 향해]를 골랐다. 응모작들 중 가장 안정된 논리와 글쓰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 이론가들의 개념에 빠지지 않고서도 지적이면서도 진정성이 보이는 살아있는 평론이었다. 차연우의 [미친 희망의 노래]와 허병민의 [동상이몽의 논리 안에서 꿈으로의 탈주]를 반복해서 읽었다. 전자는 화려하면서도 개성적인 문체가 빛났다. 하지만 정작 분석의 대상이 되는 영화는 잘 안보였다. 후자는 아주 집요한 논리가 돋보였다. 하지만 당선작만큼 흥미롭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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