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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설
△1969년 경기 이천 출생 △2001년 명지대 철학과 졸업
△현재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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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을 쓸 동안 엄마가 떠주신 꽃스팽클이 달린 파랑 손지갑이 책상에 있었다. 빈둥거리다가도 문득 그 촘촘한 질감을 뺨에 대어보고 지퍼를 열면, 맘 딱 먹고 쓰라는 말씀이 들리기도 하였다. 문 밖은 꽝꽝 얼어붙은 겨울이었고 전화벨이 잉잉잉 꿀벌처럼 울어대도 받지 않았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 성탄 소포처럼 기쁘고 놀랍고 떨리는 소식을 받았다.

스무살 무렵 혼자서 연극을 보러 다녔다. 목도리와 장갑을 끼고 버스를 갈아타고 소극장 앞에 길게 줄을 서 기다리노라면 지루하거나 배고프거나 춥기도 하였지만, 무대 위에는 내가 미처 몰랐던 삶의 질료와 형상이 나타나 나를 꽉 끌어안고는 했다. 간혹 숨이 막히고 외면하고 싶었지만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를 듣는 날이 더 많았다.

꼭 내가 쓴 희곡을 연극으로 올리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이젠 ‘이윤설적’이라는 내 이름에서 유래한 형용사를 갖겠다는, 약속을 지킬 차례이다. 아주 오래 걸릴 지도 모르는 이 약속을 기다려 주세요, 윤호진 선생님.

자식이 밥 굶을까 쌀과 반찬보따리를 싣고 와 설거지 청소까지 하시고는 바삐 돌아가시던 부모님. 내 기쁨의 제일 으뜸은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흠모하고 존경하는 교수님들께, 내 반쪽 심장 20년 지기 친구 기연에게, 그리고 당선소식에 비명을 질러 이 행성을 조금 시끄럽게 했던 우리 포에티카사람들, 툭 하면 잠수함 타고 전화 안 받는데도 나를 믿고 기다려준 선후배님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그다지도 귀애하는 꽃과 새와 별의 지옥인,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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