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비주류 어디로 갈까
여권행 가능성은 ‘별로’ … 영남신당 생기면 ‘혹시나’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후보 문호개방론이 파문을 일으키면서 관심을 끄는 인물은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다. 야당 부총재가 여당 대선후보로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50년 정치사에 처음 있는 일이고, 그의 높은 대국민 인지도는 여야를 막론하고 박부총재를 선호하는 이유가 된다. 정치적으로 이회창 총재와 대립각을 세운 일이 많다거나, 대선과 관련해 모호한 본인의 입장도 주가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가장 현실적인 ‘박근혜 대망론’의 그림을 그린 사람은 민국당 김윤환 대표다. 그는 지난해 총선 이후 근 1년 동안 판 읽기에 몰두했고 그 결과 들고 나온 카드가 박부총재를 주인공으로 한 영남후보론이었다. 김대표는 몇 차례 박부총재를 만나 ‘타도 이회창’을 위한 박근혜 옹립을 제안했고 박부총재는 이에 대해 소극적 입장을 보였다는 것이 그동안의 상황. 김대표의 한 측근은 “박부총재가 의외로 소심하고 겁이 많은 것 같다”고 평가해 이에 대한 박부총재의 반응을 읽을 수 있다. DJP 공조가 허물어지기 전인 지난 8월까지 박부총재는 JP와 김대표의 협공에 속마음 상당 부분을 열었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DJP 공조가 붕괴된 요즘 박부총재가 여권으로 발걸음을 옮길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대신 YS와 JP 및 김대표가 그리는 영남신당이 만들어질 경우 상황은 달라질 가능성이 많다. 정서적으로나 지역적 연고로 볼 때 박부총재가 여권 후보로 나서는 것보다는 훨씬 쉽게 결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박부총재가 움직일 경우 한나라당 내 영남지역 출신 인사 상당수도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계 인사들과 TK지역 출신 인사들 중 상당수는 이회창 총재의 지도력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얼마 전까지 한나라당 고위당직을 맡은 한 인사는 사석에서 “내가 이 길(이총재와 함께 가는 것)로 가는 것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심정의 일단을 털어놓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영남 출신 정치인들이 한두 명이 아니라는 데 있다. JP와 신당 창당을 구상하는 한 인사는 “박부총재가 움직이든, TK 인사가 움직이든 연말 연초에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영남세력의 재편 가능성을 점친다. 한나라당 이부영 부총재와 김덕룡 의원 등을 비롯한 소장 개혁세력들의 진로 문제도 연말이면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그동안 당의 정체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김원웅 김홍신 의원 등은 새로운 판짜기가 가시화할 경우 결단을 강요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경우에 따라 새로운 선택을 하는 대열에 비주류 전체가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한나라당을 감싸는 사정설 역시 일부 인사들의 이탈을 재촉하는 촉매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물론 이 같은 얘기들에 대해 “머릿속 구상일 뿐 현실성이 없다”며 고개를 흔드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이들도 이총재의 대선가도에 3김이라는 마지막 복병이 숨어 있음은 부인하지 못한다.
< 김시관 기자 >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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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정치권 새 기류에 바짝 긴장 … 대세론 앞세워 ‘깜짝 쇼’ 잠재운다
최근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에선 기민하게 대응책을 마련해 이총재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핵심 간부에 따르면 YS-JP 연대 움직임이 한나라당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3가지로 요약된다. 영남지역을 기반으로 한 보수신당의 출현 가능성, 한나라당 내 비주류 세력의 이탈 가능성(상자기사 참조), 문호개방론을 내세운 DJ식 정계개편과 YS-JP 연합전선의 연대 가능성이 그것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단계적인 대응전략을 구사하는 듯하다. 일단 현재까지 한나라당의 대응은 ‘자제’와 ‘유보’로 요약된다. 양김이 대북 쌀 지원방침을 비판할 때도 한나라당 대변인실은 공식 논평을 자제했다. 내심 불쾌했지만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총무는 “교섭단체 문제에 대해선 어떠한 논의 계획도 없다”고 말해 자민련과의 적극적 공조는 더 두고 보겠다는 뜻을 비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