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 통도사

통도사는 웅장하다. 병풍처럼 치솟은 영취산은 부처가 설법한 인도의 영취산과 닮아 붙인 이름이다. 영취산문이라는 현판이 걸린 문을 지나면 왼쪽은 찻길이고 오른편은 솔 숲이 무성한 산길이다. 산길을 따라 20분쯤 오르면 넓은 광장이 나오고 조금 더 들어가면 일주문이 나온다. 일주문의 ‘靈鷲山通度寺’ 글씨는 흥선대원군이 쓴 것이다.

일주문을 지나면 오른편으로 성보박물관이 있고, 개울을 따라 더 올라가면 사천왕문이 있다. 절이 크다 보니 길도 넓어 호젓한 맛은 없지만, 절이 차고 앉은 넓은 터가 멀리 산으로 호위를 받고 힘찬 계곡물로 사열을 받아 활달함이 넘친다. 가람은 계곡을 따라 동서로 길게 배치되어 있다.

통도사는 삼보(三寶) 사찰에 든다. 삼보사찰은 불교의 세 가지 근본 귀의처(歸依處, 돌아가 의지하는 곳)인 불보, 법보, 승보를 갖춘 절을 함께 이르는 말이다. 합천 해인사는 부처의 말씀을 기록한 대장경이 있기에 불보(佛寶) 사찰, 순천 송광사는 큰스님이 많이 나왔다고 해서 승보(僧寶)사찰, 양산 통도사는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셨다고 해서 불보(佛寶) 사찰이라 부른다.

통도사의 중심은 물을 것도 없이 금강계단이다. 대한민국 청년들이 거쳐가는 논산훈련소처럼, 금강계단은 대한민국 불자들이 거쳐가는 곳이다. 그곳에 부처의 사리가 안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리를 모신 이는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다. 자장은 636년에 불법을 구하러 당나라에 들어갔다. 당나라 청량산의 문수보살상 앞에서 기도하다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그 화신에게서 부처의 비단 가사 한 벌과 사리 100과를 받았다. 자장은 돌아와 영취산 아래에 금강계단을 쌓고 사리를 모셨다. 그리고 통도사를 창건하고, 보름마다 불법을 설하여 통도사를 계율종의 중심 사찰로 발전시켰다.

통도사는 그 역사만큼이나 엄숙한 분위기를 지닌 절이고 행정 명칭으로 취서산이라 하는 영취산의 곳곳에 여러 암자들이 있어, 함부로 놀기가 어렵다. 좀 편하게 놀려면 통도사를 벗어나 언양 방면으로 올라가다 보면 나오는 작천정 계곡에 짐을 푸는 게 낫다.

영취산 뒤쪽으로 연이어진 신불산, 간월산의 봉우리에서 흘러내린 물이 작괘천을 이룬다. 작괘천 상류에는 간월산 자연휴양림이 있고, 간월산 활공장도 있다. 간월사지에는 보물로 지정된 석조여래좌상이 있는데, 부근에 소규모 유원지와 민박집이 있으며 야영도 할 수 있다.

간월산과 신불산을 연결하는 계곡에는 높이 33m의 홍류폭포가 있다. 홍류폭포가 흘러내린 물이 작괘천을 이루는데, 작괘천이 35번 국도와 만날 무렵에 작천정이 나온다. 작천정은 정몽주가 청년 시절에 공부한 곳으로, 세종 20년에 지방 유림들이 이를 기려서 세운 정자다. 작천정 앞의 암반들은 닳고 닳아 이미 물의 놀이터가 되었는데, 볼수록 사람의 몸 같아 이곳이야말로 인간과 자연이 하나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