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 금산사

드라마 ‘태조 왕건’으로, 드라마 촬영장인 문경세재와 안동이 한마디로 ‘떴다’. 가상 세트장에서나마 왕건의 행적을 살펴보려는 이유가 단순히 탤런트를 좋아하는 차원이 아니라면 이제 모악산 금산사가 뜰 차례다.

금산사는 백제 법왕이 즉위한 해인 599년에 세워졌다. 지금의 규모를 갖춘 것은 766년 진표율사가 중창하면서다. 금산사는 미륵신앙을 중심에 두어서, 미륵전을 제일 크게 지었다. 보기 드물게 3층 법당인 미륵전은 높이가 18.91m에 이르고, 그 안에 들어 있는 미륵보살입상은 11.82m다. 건물 안에 들어 있으면서 서 있는 불상으로는 동양에서 제일 크다고 한다. 그렇다면 서양에서는 불교가 승하지 않으니, 아마도 세계에서 제일 큰 옥내 입불(立佛)일 공산이 크다.

그 미륵전에 후백제를 창건한 견훤이 뜻하지 않게 유폐되었다. 넷째 아들 금강에게 왕위를 물려주려다 장남 신검을 비롯한 다른 아들들의 반발로 벌어진 일이었다. 견훤은 석 달 동안 금산사에 갇혀 있다 나주로 도망쳐 적장인 왕건에게 투항했다. 아들이 아버지를 배격하고, 아버지는 적장의 도움을 받아 아들을 치고, 후백제는 그렇게 무너지고 말았다. 견훤은 얼마나 사무쳤으면, 아들을 버리고 적장을 택했을까. 금산사는 견훤의 쓰린 원한이 소용돌이친 곳이다.

모악산은 호남평야 위에 우뚝 솟아 있다. 해발 801m 높이로 지리산 자락들에 견주기는 어렵지만, 전북의 서쪽에서는 어느 골 어느 동네서도 산자락이 보일 정도로 후덕하다.

호남고속도로에서는 금산사로 직접 빠져나가는 금산사 나들목이 있다. 금산면 면사무소가 있는 원평리에서 금산사 길로 향하다보면 금평저수지가 나온다. 금평저수지는 낚시꾼들이 많이 몰리는 곳으로 주변에서 놀 수 있는 공간도 있다.

금산사 주차장에서 600m쯤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야영장이 나온다. 3천 평 규모인데, 극기 훈련을 할 수 있는 시설물이 있고 텐트를 60개 정도 칠 수 있다. 화장실과 수도 시설이 있어 야영하기 편한데, 따로 이용료는 받지 않는다. 금산사 옆쪽으로 금동계곡이 있는데, 계곡물을 금산사 식수로 이용하기 때문에 놀기가 마땅치 않다.

계곡에서 쉬려면 모악산 송신소에서 이용하는 케이블카탑이 있는 쪽으로 가야 한다. 그곳 계곡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숲이 많이 우거져 있어 폭염을 피하기에 알맞다. 모악산은 험하지 않기에 4시간쯤 잡으면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다.

아예 모악산을 넘어 수왕사와 대원사를 거쳐 구이저수지 방향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대원사 계곡은 한적하여 전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그곳에 전주 김씨의 시조묘, 그러니까 김정일의 시조묘가 있다고 하여 근자에 주목을 받기도 했다. 수왕사와 대원사는 전라북도 인근에서 유명짜한 선승 진묵대사가 머무른 절이다. 진묵은 임진왜란 때 살았던 선승으로 기이한 행적을 많이 남겼다. 모악산을 찾는 길에 진묵대사의 소문도 들어보고, 진묵대사가 즐겨 마셨고 현재는 수왕사 주지 벽암이 빚는 송화백일주도 맛보고, 종교에 대한 편견이 없다면 도처에 터를 잡은 신흥종교단체의 면모도 살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