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반도 독살

안면도와 태안반도로 이루어진 태안군의 해안선은 마치 톱날처럼 들쭉날쭉하다. 이 전형적인 리아스(Rias)식 해안은 그 길이만도 자그마치 530km에 이른다. 원래 이 일대는 차령산맥의 지맥인 가야산맥이 마지막 기운을 다 쏟으면서 형성한 구릉이 넓게 펼쳐져 있어 발길 닿는 곳마다 목가적인 풍경이 이어진다. 그리고 다채로운 굴곡의 해안선과 기암괴석 해송림 등이 조화를 이룬 바닷가는 빼어난 풍치를 자랑한다.

이처럼 해안공원이 될 만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어 지난 1978년 우리 나라의 열세 번째 국립공원이자 유일한 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총 328km2에 이르는 태안해안국립공원의 매력은 단순히 자연풍광이 수려하다는 데에만 있지 않다. 어느 곳보다도 자연생태계를 잘 보존했을 뿐만 아니라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곳 자연지형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사구(砂丘), 즉 천연의 모래언덕이 광활하게 펼쳐졌다는 점이다. 태안반도와 안면도 일대의 해변에는 모래해변이 매우 잘 발달한 데다 겨울철만 되면 강력한 북서계절풍이 끊임없이 몰아친다. 칼날처럼 매서운 북서풍이 썰물 때마다 드러나는 개펄과 백사장을 휩쓸면서 희뿌연 모래바람을 일으키곤 한다. 그러다 바람이 잦아지고 나면 바닷가에는 새로운 모래언덕 하나가 생긴다. 이렇게 형성된 사구는 태안반도와 안면도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원북면 신두리의 해변이다. 약 3km의 바닷가를 따라서 너비 0.5m∼2km의 사구가 펼쳐져 있고, 전체 면적만도 16만 평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고 건설용 모래를 마구 채취하는 바람에 본래의 모습을 점차 잃고 있다. 신두리의 광활한 사구가 황량하고 삭막해 보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자연미가 비교적 온전하고 풍경도 아름다운 사구를 보려면 안면도의 안면해수욕장을 찾아가는 게 좋다. 여름철마다 오토캠핑장이 들어서는 해변이면서도 개발의 손길을 많이 타지 않은 덕택에 백사장 뒤편의 모래언덕과 해송숲의 바닥은 바람과 파도가 만들어 놓은 사구 본래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드넓은 모래언덕에는 해당화 갯메꽃 등의 여름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나 작은 화원을 이루곤 한다.

태안반도 남쪽의 몽산리 소목골 해안에는 형태와 기능이 거의 완벽한 독살[石防簾]도 하나 있다. 150여 년 전에 축조되었다는 이 독살의 주인은 소목골에 사는 김의배씨(041-672-2647)인데, 지금은 건강이 안 좋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러나 죽방렴과 함께 우리 나라 전통 어구(漁具)의 하나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번쯤 찾아봄 직하다.

소원면의 파도리해수욕장 가는 길에는 여전히 재래식 방법으로 소금을 만드는 염전이 있다. 날씨가 건조하고 햇살 좋은 날이면 천일염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 아이들의 현장 학습지로 제격이다. 그리고 물 빠진 개펄에서 직접 조개를 캐는 것도 태안반도 여행의 색다른 즐거움 중 하나인데, 근흥면 안흥항과 신진도를 잇는 신진대교 아래의 개펄은 조개잡이를 체험하려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