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부르는 마른 몸매 '환상'

비만인구 증가로 살빼는 사람이 많지만 너무 마른 것도 좋지 않다. 오히려 국내에서는 저체중이 문제가 되어 여러 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실제 당뇨병환자 중 체질량지수가 18.5 kg/m2 이하인 환자가 15%나 된다. 그간 산업화에 따른 식생활 수준 향상으로 심한 영양부족 상태는 현저히 감소했지만 경도 또는 중등도의 영양부족 환자는 아직도 많으며 이는 신체기능이나 행동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양부족과 관련된 질환에는 저체중, 소화기질환, 감염증 등이 있으며 병원 입원환자의 영양부족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한국에선 상부 위장질환과 간질환, 폐결핵 및 감염질환 등 후진국형 질환도 많은데,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식생활 습관의 잘못, 그중에서도 단백질과 영양식품의 불균형 섭취, 짜고 매운 자극성 식품의 과잉섭취가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저체중

한국인에서 저체중(표준체중의 90% 이하 또는 체질량지수 18.5 kg/m2 이하) 환자의 유병률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으나 피로감, 소화불량 등을 호소하며 내원하는 환자 중 저체중이 상당히 많다.

통상 저체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및 생화학적 연구 결과를 보면 저체중 환자의 남녀 비는 1 대 5.7로 주로 여자에게 많다. 특히 젊은층이 대다수다. 젊은층의 저체중은 그 자체로 여러 질환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이중 저체중으로 인해 근육 발달이 제대로 안 돼 췌장을 비롯한 여러 장기가 제대로 성숙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잖다. 이런 저체중 환자는 약간만 배가 나와도 성인병에 쉽게 걸린다.

실제 많은 성인병 환자가 유소년기나 청년기엔 비쩍 말랐다가 30∼40대 후에 살이 쪄 배가 나오면서 발병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이런 사람은 팔 다리는 가늘고 배가 볼록한 전형적인 ‘거미형’ 체형을 갖게 된다. 근육은 소실되긴 쉬우나 다시 회복되긴 어렵기 때문에 적당한 체형을 유지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소화장애를 호소하는 환자에게도 저체중 환자가 상당히 많은데, 이들은 위하수와 위염, 위궤양을 많이 갖고 있으며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빈혈과 골다공증이 발견된다. 또 혈청 철농도, 칼슘, 엽산과 비타민 Bl2의 농도도 감소돼 있다. 아직 영양소(특히 미량 영양소) 부족으로 인한 저체중 환자가 많은 것이다.


▶ 소화기질환

한국인에겐 소화기질환이 가장 흔하다. 국내 내과병원 내원 환자의 반 가량이 소화기질환 환자다. 한국인에게 위암을 포함한 상부 위장질환이 많은 원인은 아직도 확실하게 밝혀져 있지는 않으나 주로 먹고 마시는 음식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만성위염, 위하수 및 소화성궤양은 소화가 잘 안 되는 거친 음식을 많이 먹어 위가 확장된 것이 나쁜 영향을 준 케이스로 지나치게 맵거나 짠 음식은 위점막에 손상을 주어 만성 소화불량을 일으킨다. 술은 위산분비를 촉진해 해로우며 담배도 위혈류량을 감소시켜 위점막을 약하게 만든다.

악성종양 중 한국인에게 가장 많은 위암은 미국인에서도 1930년대 이전에는 많았으나 현재는 드문 질환이 되었고 일본에서도 과거 위암이 많았으나 냉장고 도입 이후 급격히 감소되어 위암이 식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일부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식사 중 위암 발생과 관련된 요소로는 여러가지가 거론되고 있는데 이중에서도 특히 과다한 염분 섭취와 양질의 단백질 섭취 부족, 과음 등이 주원인이다. 한편 한국인에게 아직도 많은 B형 간염이나 이에 속발되는 간경변증과 간암의 발생에도 산모에서 태아로의 수직감염과 위생불량이 주원인으로 지적되지만 영양불량 문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감염증

영양이 결핍되면 백혈구 기능 감퇴, 면역기능 장애 등으로 인해 각종 감염질환이 증가한다. 한국에는 현재 서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폐결핵, 폐렴, 늑막염이 아직도 많다. 전인구의 1, 2%가 후진국형 질환인 폐결핵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폐결핵환자의 영양상태와 면역기능을 살펴보면, 열량 섭취가 권장량의 반 정도이고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 섭취량도 현저히 낮으며 칼슘과 비타민A 섭취량도 낮은 것으로 보고돼 있다. 또 폐결핵 환자 중엔 채식가가 많다. 이들은 대부분 저체중 환자며 면역기능도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인에게서 많은 폐결핵 및 감염질환은 영양소 결핍과 이에 따른 면역기능장애가 가장 큰 원인이다.


▶ 병중인 환자의 영양상태

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영양상태는 그 질환의 경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환자의 영양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건강 유지와 질환으로부터의 빠른 회복을 위해 적절히 영양소를 공급해야 한다. 특히 국내 입원환자의 다수가 영양결핍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곡류를 주식으로 한 식습관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술 후나 감염증을 가지고 있을 때는 좋은 단백질이 포함된 균형식을 해야 회복이 빠른데 이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입원환자들의 경우 식사는 적게 해도, 많이 해도 좋지 않다. 규정된 열량 섭취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