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골프장 재벌’ 박순석은 누구인가

15세에 단신 상경 맨손으로 신안그룹 일궈 … 호텔·골프장 잇단 인수 ‘재계 주목’
신안종합건설(회장 박순석·60)을 모체로 한 신안그룹이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대다수 기업들이 투자 축소 등 보수적인 경영으로 돌아서고 있는 데 반해 유독 신안그룹만은 의욕적인 사세 확장에 나서고 있기 때문.

최근 신안그룹은 관악컨트리클럽에 이어 서울 강남과 대전 유성의 리베라호텔을 전격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관악CC 인수에 700여억원, 2개의 리베라호텔 인수 비용에 15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한다. 침체 경기를 감안하면 내로라 하는 대기업도 감당하기 힘든 자금이다. 세인의 관심이 쏠릴 만도 하다.

세인의 관심은 박회장 개인뿐 아니라 대규모 인수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는지에 모아진다. 전남 신안군 출신인 박회장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15세에 단신으로 상경, 갖은 고생 끝에 건설업에 뛰어들어 오늘의 신안그룹을 일궈낸 입지전적 인물. 최근의 급성장과 관련, 일부에서는 그의 출신 지역과 연계해 해석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동안 박회장의 성장을 지켜본 사람들은 ‘돈이 흐르는 길을 아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관심사인 인수 자금 조달은 신안측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 그러나 재계에서는 관악CC 인수 과정을 들어 인수한 회사를 담보로 차입을 일으키는 전형적인 레버리지 효과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관악CC는 골프장과 연계된 차입금 700여억원을 안고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안 입장에서는 계약금 70억원만 지급하고 관악CC를 인수한 셈.


‘돈맥 잡기 귀재’ 소문 … 93년엔 소득세 2위

신안그룹은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건설업이 주력사업이었다. 그룹의 모태인 신안종합건설은 80년대 초 설립 이후 10년 만에 건설업계 도급 순위 20위권으로 도약할 만큼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자본력도 탄탄하다. 지난해 말 현재 자기자본이 2178억8700만원으로, 부채비율은 147.8%에 불과하다.

특이한 점은 신안종합건설이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체라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박순석 회장은 지난 93년 종합소득세 납부 순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엄청난 세금을 감수하면서까지 법인이 아닌 개인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박회장은 “굳이 법인 설립을 해야 할 이유가 없어 개인사업체로 두고 있다”고 말할 뿐이다.

신안은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신안과 강남엔지니어링이라는 자회사를 두긴 했지만 그룹으로 불릴 만한 규모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 이후 대대적인 구조 개편 작업을 단행, 레저업과 금융업에 눈을 돌리면서 그룹의 면모를 갖춰가기 시작했다.

레저업의 시초는 경기 안성군의 신안CC였다. 99년 초 이 골프장을 개장한 데 이어 광주군에 그린힐CC를 잇따라 조성했다. 이어 제주시 북제주군 애월읍에 27홀 규모의 부지를 확보, 그린을 만들고 있다. 게다가 최근 대농이 보유하고 있던 경기 화성군 동탄면 일대 36홀 규모의 관악CC까지 인수, 세인을 놀라게 했다.

신안이 금융업에 눈을 돌린 것은 97년 이후. 신안주택할부금융과 신안팩토링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해 조흥은행으로부터 조흥상호신용금고를 인수했다. 이로써 건설, 레저, 금융부문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중견 그룹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신안그룹 관계자는 “신용금고를 중심으로 금융부문을 통합,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서울 강남과 대전 유성의 리베라호텔 2개를 인수한 것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평소 박회장의 경영 스타일과 다르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물론 손익 계산을 한 뒤 인수한 것이겠지만 이들 호텔 모두 지은 지 10년이 넘어 유지 및 관리에 적잖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신안그룹의 사세 확장은 박회장의 경영 스타일과 맥을 같이한다는 게 주변의 이야기다. 그는 무엇보다 현금 흐름을 중시한다. 어떤 사업을 하더라도 현찰이 오가는 사업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는 그뿐만 아니라 자수성가형 기업인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박회장도 한때 위기를 겪었다. IMF 한파 직후 골프장과 주택사업 부지에 3000여억원, 미분양 아파트에 2200억원의 자금이 묶이는 바람에 흑자도산 위기를 맞았던 것. 다행히 그룹이 견실 경영으로 이름이 난 데다 부채비율이 낮고 신용평가등급이 높아 만기가 돌아온 어음을 연장할 수 있었다. 한때의 시련을 딛고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는 박회장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