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동아일보매거진:주간동아 204호]

■세계 NGO대회 NGO서울대회 No Good? 주최자·절차 등 잡음…국내 단체 "참여는 하지만" 시큰둥

흔히 ‘21세기는 NGO(비정부기구)의 세기’라고 일컬어진다. 국내에서도 근래 언론매체를 중심으로 일종의 ‘NGO유행병’이 번지는 양상이다. 그런 점만으로도 10월10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99 서울 NGO 세계대회’는 주목받을 만하다.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NGO협의회와 유엔공보처 NGO집행위원회, 경희대가 공동주최하는 이 대회는 ‘시민사회의 관점에서 지나간 인류문명을 회고하고 21세기 새 문명사회를 전망해 보는 자리’라는 게 주최측 설명.

우선 한국에서 열리는 유사한 성격의 행사로서는 규모 면에서 최대다. 9월27일 현재 해외단체 480개, 국내단체 328개가 참가신청을 했고, 참석자수는 1만여명을 헤아릴 것이라는 게 주최측의 예상. 대회 예산만 24억원으로 추정된다.

참여인사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대통령 겸 유엔 국제인권고등판무관, 루이스 프레쳇 유엔사무차장, 할레 부른틀란트 세계보건기구사무총장 등 명사들이 대회 참가를 위해 방한할 예정이고, 국내에선 대통령 영부인이 명예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일부 단체 보이콧 … “일회성 이벤트 될 것”

대회가 열리는 6일간 교육, 인권, 양성(兩性)평등, 환경과 주거, 윤리, 청소년과 아동, 노인복지 등에 관한 180여개의 주제별 분과토의가 열린다. 주최측은 “인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하고, 전세계가 공감할 서울 선언문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대회의 주인공이랄 수 있는 국내 NGO들의 반응은 상당히 냉담하다. 아예 “대회 권위를 인정할 수 없다”며 보이콧을 선언한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사무국장은 우선 “한국측 주최자인 경희대가 ‘한국의 NGO’를 대표할 자격이 있는가”고 묻는다.

경희대는 지난해 6월경 개교 5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이 대회를 유치했고, 100만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조달할 예정이다. 그러나 ‘대학도 정부기구는 아니므로 NGO를 대표할 수 있다’는 경희대측의 논리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게 상당수 시민사회단체들의 입장.

진행과정과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도 적지 않다. 참가단체의 선정이나 준비단계부터 국내 NGO들의 참여가 배제됐다는 것이다. 아예 참석제안조차 받지 않았다는 민가협 남규선총무는 “본래 NGO대회라 하면 적어도 1년 전부터 국가별 지역별로 논의가 수렴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번 대회의 경우 대부분의 단체에 공식 참여제안을 한 것은 지난 7월이었다. 이런 식으로는 일회용 이벤트밖에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외형에 치우친 듯한 대회 방식, 기자회견을 일류 호텔에서 하는 등 NGO답지 않은 씀씀이도 비판의 대상이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다가 막판에 참여 쪽으로 방침을 정한 NGO들의 태도도 소극적이기는 마찬가지. 참여연대 연대사업국 양영미간사는 “활동가들이 국제대회에 대한 견문을 넓히고 우리 단체에 대한 홍보의 장으로 이용한다는 차원에서 당초 보이콧에서 참여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지만, 내부 반대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라고 소개한다.

참여연대 이대훈협동처장은 아예 “‘NGO세계대회’란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고 질문을 던진다. 그는 또 “NGO는 나라별로 수만 수십만개가 있고, 성격도 각양각색이다. 리우 환경회의, 빈 국제인권대회 등 일정한 주제를 가지고 모이는 국제회의에도 수천개의 단체가 참여하게 되는데 ‘NGO라면 일단 모여, NGO에 관한 모든 것을 논의해 보자’ 식의 행사는 자칫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행사가 NGO의 의미를 왜곡하고 거품만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한편 이런 비판에 대해 지난 6월부터 대회 조직화를 주관해온 유재현 프로그램위원장(전 경실련 사무총장)은 “국내 민간단체들의 참여가 뒤늦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몇달간 대회의 내용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대회 진행과정을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영아 기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