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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요, 내일도 뛸 수 있어서...행운이죠, 타점 1위”

“행복해요, 내일도 뛸 수 있어서...행운이죠, 타점 1위”

Posted May. 04, 2019 07:57   

Updated May. 04, 2019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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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도 뛸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 게 저한테 가장 큰 힘이에요.”

 키움 내야수 장영석(29)에게 ‘붙박이’가 된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쑥스러운 표정으로 웃으며 답했다. 히어로즈가 넥센과 함께했던 시절(2010∼2018년) 핫코너(3루)를 지켜온 김민성(31)이 새 시즌을 앞두고 LG로 떠난 뒤 장영석은 주전으로 올라섰다.

 그가 3루를 비우는 날은 쉬는 날이 아니다. 체력 안배 차원에서 지명타자로 나서는 박병호가 비운 1루에 서거나 장영석 자신이 지명타자로 나선다. 장영석이 올 시즌 결장한 경기는 불과 2경기다.

 직전 시즌까지 통산 타율 0.225에 불과했던 장영석에게 주전 딱지가 붙자 변화가 생겼다. 방망이도 춤을 추며 ‘3할대 타자’(2일 현재 타율 0.317)에 이름을 올린 것. 타율만 좋은 게 아니다. 득점권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적시타를 치며 김재환(두산)과 같은 쟁쟁한 선수들과 함께 KBO리그 타점 1위(34점)에도 올랐다.

 데뷔 10년 만의 일이다. 2009년 2차 1라운드 3순위로 KBO리그에 데뷔한 장영석은 오랜 기간 1, 2군을 오갔다. 선수 육성을 기조로 했던 구단에서 많은 동료들이 기회를 잡아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지만, 정작 그의 자리는 없었다. 강정호(피츠버그), 김민성(LG) 등 경쟁자를 피해 고교 시절 기억을 살려 2011년 투수 전향도 시도해 봤지만 제구 불안(통산 2이닝 2안타 4볼넷 평균자책점 13.50)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정말 손이 닳도록 (잘된 동료들에게) 박수만 쳐줬어요. 그러다 보니 나밖에 몰랐던 제 시야도 넓어지고 어느 순간 ‘팀에 필요한 게 뭘까’를 생각하기 시작했죠.”

 군 제대 후 2015년 무렵부터 강한 어깨를 앞세운 안정적인 수비력으로 비로소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찍었다. 팀에 필요한 ‘알짜 백업’으로 출전 경기도 서서히 늘렸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중책을 맡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시즌 직후 피나는 타격 훈련을 했다. 그뿐 아니라 지인과 머리를 맞댄 끝에 요즘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손맛을 본다는 ‘특별한 배트’를 잡았다.

 장영석의 배트는 노브(배트 손잡이) 부분이 평평한 일반 배트와 달리 약 30도 기운 ‘비대칭형(사진)’이다. 그립감을 개선해 양질의 타구를 만들기 위해 고안된 방식으로, 빅리그에서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에 오른 무키 베츠(27)는 노브가 타원형으로 변형된 배트를 쓴다. 장영석은 “꽉 쥐는 느낌이 들어 타구질도 좋아졌다는 느낌이 든다. 바꾸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 목표는 기록보다는 남은 전 경기 출전이다. 타율, 타점 등 숫자 기록 욕심은 버렸다. 이유는 ‘늦어서’란다.

 “한국 나이 서른에 기회를 얻어 숫자는 중요한 거 같지 않아요. 마음 비우고 최선을 다하면 기록은 따라오겠죠. 다만 팀에 필요한 활약을 매 경기 꾸준하게 보여주고 싶어요.”


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