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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병 대물림’막을 길 열렸다

Posted August. 03, 2017 10:31   

Updated August. 03, 2017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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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전질환을 가진 부모들은 자녀가 자신의 병을 물려받을까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런 걱정을 상당히 덜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과 미국 공동 연구진이 인간 배아에서 ‘비후성 심근증’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정상으로 고치는 데 성공했다. 인간 배아에서 유전 돌연변이를 부작용 없이 고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교정연구단장 팀은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OHSU)와 함께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배아의 돌연변이를 교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3일자에 발표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Cas9’이라는 효소로 마치 가위질을 하는 것처럼 특정 유전자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이다.

 비후성 심근증은 좌심실 벽이 선천적으로 두꺼워지는 심장질환이다. ‘MYBPC3’라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걸린다. 부모 중 한 명이라도 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으면 자식 2명 중 1명은 같은 병을 앓는다.

 연구진은 MYBPC3 돌연변이를 가진 정자를 정상 난자에 수정하는 과정에서 유전자 가위, 즉 Cas9을 함께 주입했다. Cas9은 우선 정자의 유전자 내 돌연변이 부분을 잘라냈다. 그러자 정자 유전자에서 비어 있던 부분이 정상 난자의 유전자 정보를 복제해 채워졌다. 외부에서 별도로 유전자를 주입하지 않아도 배아 내 자체 복구 시스템이 작동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 방법으로 수정한 58개의 배아 중 72.4%인 42개 배아에서 돌연변이 유전자를 정상적으로 교정했다. 남성이 돌연변이 유전자를 지닌 경우에 한한 것이지만 비후성 심근증이 유전될 확률이 50%에서 27.6%로 줄인 셈이다. 교정을 마친 배아는 착상 직전 배아인 배반포 단계까지 정상적으로 발달했다. 연구진은 또 유전자 가위가 표적하지 않은 위치에서 오작동할 확률이 없다는 점까지 확인했다.

 연구진은 유전자 교정 분야의 난제였던 ‘모자이크 현상’도 해결했다. 모자이크 현상은 수정란에 유전자 가위를 주입하면 배아 내에서 교정된 세포와 교정되지 않은 세포가 섞여서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세포가 하나일 때 유전자 교정이 일어나야 이후 분열된 모든 세포들이 정상 세포가 될 수 있다. 김 단장은 “정자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동시에 난자에 직접 주입해 교정 시기를 앞당기면서 모자이크 현상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연구진도 최근 비정상 배아의 돌연변이 교정에 관한 2건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지만 모자이크 현상과 표적 외 위치에서의 오작동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유전질환 환자들은 ‘착상 전 유전진단’에 의존해 왔다. 시험관에서 수정된 배아가 유전질환을 가졌는지 먼저 확인한 뒤 이를 엄마의 자궁에 착상시킬지 부모에게 결정하게 하는 방식이다. 김 단장은 “유전질환 발병인자가 다음 세대로 유전되지 않을 확률을 높인 것으로 유전질환의 근본적 치료법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권예슬동아사이언스기자 ys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