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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쓴 린드버그 안경-1번 유세점퍼 구합니다”

“文대통령 쓴 린드버그 안경-1번 유세점퍼 구합니다”

Posted May. 12, 2017 07:15   

Updated May. 12, 2017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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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안경 팝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인 10일 이런 제목의 글이 인터넷 중고거래 게시판 곳곳에 올라왔다. 원에 가까운 모양이 특징인 정가 60만 원 대 ‘문 대통령 안경’은 이날 30∼50만원에 온라인 장터 곳곳을 장식했다. ‘문재인’ 이름표가 달린 특전사복도 올라와 30분 만에 판매됐고 3차원(3D) 프린터로 제작된 문 대통령 인형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 굿즈(파생상품)가 쏟아지며 일부 상품에는 프리미엄도 붙었다. 선거 직전 출시된 문 대통령 얼굴이 표지를 장식한 타임지(誌) 아시아판은 지금은 없어서 못 파는 물건이 됐다. 교보문고 등에 따르면 6일부터 판매된 ‘문 대통령 타임지’는 1만 부 이상이 완판됐다. 2012년 12월 대선 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표지모델로 나온 타임지가 인터파크에서 한 달 동안 30부가 팔린 것과 비교되는 상황. 이 같은 인기에 잡지 출판사는 2만 부를 추가 주문했다. 온라인 중고시장에서 ‘문재인 타임지’는 정가보다 1000원 비싼 8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대선 유세당시 사용됐던 소품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중고장터에는 ‘기호1번 문재인’이 새겨진 점퍼나 티셔츠를 구입한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게시글을 쓴 한 회원이 “5만원에 사겠다”고 하자 다른 회원은 “나는 10만원에 사겠다”는 덧글을 달았다. 선거당시 민주당에서 약 1000권을 만들어 판매하거나 배포됐던 대통령선거 정책 공약집 책자도 정가인 1만5000원에라도 사겠다는 사람들도 생기고 있다.

 안철수 후보의 정가 1만3000원짜리 자서전이 중고시장에서 400원까지 가치가 떨어지는 것과는 반대로 문 대통령이 출간한 책은 서점에서 매대가 마련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대표저서인 ‘운명’은 선거 전인 7∼8일에 비해 9∼10일 매출이 4배 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통령 공식 굿즈를 제작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문재인 1번가’를 ‘청와대 1번가’로 바꿔 대통령 사인이 들어간 선거벽보 등을 팔고 수익은 사회공익활동에 쓰면 된다”는 구체적 방법까지 제시됐다. 디자인 전문가 출신인 민주당 손혜원 의원에게는 “지난해 초 제작한 머그잔 등을 다시 만들어 달라”는 요청도 들어오고 있다.

 미국 등 해외에서 대통령 굿즈는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상징물로 널리 사용됐다. 곰 사냥을 즐겼던 미국 26대 대통령 씨어도어 루즈벨트(1858∼1919)는 그의 애칭인 ‘테디’에서 따온 곰 인형으로 사후 100년이 가까운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굿즈를 통해 국민들이 대통령 및 정치를 친숙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정치참여를 높이는 등 정치문화의 바람직한 변화를 위해서라도 굿즈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배중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