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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음악이 연출한 ‘시청각 블록버스터’

빛과 음악이 연출한 ‘시청각 블록버스터’

Posted April. 17, 2017 07:20   

Updated April. 17, 2017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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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보다 큰 키에 커다란 눈을 지닌, 눈에 띄는 미남이었다.

 15일 오후 서울 잠실주경기장 대기실에서 만난 크리스 마틴(40)은 기타 지판이라도 움켜쥐듯 기자의 손을 억세게 쥐고 큰 눈을 더 키우며 인사했다. “크리스라고 합니다.” ‘Don't Panic’(2000년)의 첫 멜로디처럼 살짝 먹먹한 미성이었다.

 롤링 스톤스, U2, 마돈나와 함께 ‘내한한 적 없는 콘서트 빅4’로 꼽힌 콜드플레이의 첫 한국 공연이 15, 16일 밤 두 차례 열렸다. 공연 리허설 뒤 만난 리더 마틴은 “잠실주경기장 건물이 너무 아름다운 데다 몇 주 만에 화창한 날씨를 만나 흥분에 가득 찼다”며 환히 웃었다.

 앞서 14일 그는 서울 시내 곳곳을 돌아봤다. “여러 나라와 도시를 돌며 받는 영감에 따라 음악이 변화합니다. 어제 제겐 새로운 일 세 가지가 일어났어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대구시향 공연을 관람했는데 놀라웠죠. 강남구의 ‘강남스타일’ 동상 앞에 서봤고, 호텔 TV로 월트 디즈니 다큐멘터리를 보며 그가 얼마나 완벽주의자였는지를 새삼 깨달았어요. 이런 새로운 경험들이 뇌에서 섞이면 뭔가 새로운 음악이 나오게 마련이죠.”

 그는 ‘Fix You’(2005년)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콘서트의 하이라이트이자 국내에선 작곡 의도와 상관없이 세월호 추모곡으로도 회자된 발라드다. “노래 시작 전 무대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별 하나가 눈에 들어오면 그 별을 향해 ‘생큐’라고 속삭입니다. 그 별과 영혼이 연결된 기분을 갖고 노래를 시작하죠.”

 서울 공연은 본보가 지난해 6월 독점 취재한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과 대동소이했다. 역대 팝스타 내한 콘서트 중에선 가장 화려한 무대의 하나였다. 22곡은 꿈결 같은 빛과 레이저, 수만 개의 색종이 분사, 대형 돌출무대, 마틴의 질주나 드럼 연타에 정교하게 맞물린 불꽃놀이를 덧입고 두 시간짜리 ‘시청각 블록버스터’가 됐다. 순간순간 색채의 폭탄이 터지듯 장관을 이뤘다. 5만 관객에게 배포된 발광팔찌는 무선 신호에 따라 색과 명멸 주기를 바꾸며 거대한 빛의 모자이크를 만들었다. ‘Yellow’ ‘The Scientist’ ‘Fix You’ ‘Viva la Vida’ ‘In My Place’…. 대표곡 다수가 연주됐다. 마틴은 공연 말미 무대 바닥에 펼친 태극기를 향해 무릎 꿇어 키스했다.

 마틴은 “때로 이미지나 색채가 작곡에 강한 영감을 준다”고 했다. “음악을 만들면서 (어떻게 들릴까가 아니라) 어떻게 보일까를 생각할 때도 있어요. 이를테면 ‘Hymn for the Weekend’(2015년) 뮤직비디오 영상은 우리가 노래를 만들 때 느꼈던 그 느낌이죠.”

 콜드플레이는 지난해 3월부터 남미, 유럽, 미국, 오세아니아를 돌며 70회 넘는 공연을 소화하며 수만 석 규모 각종 공연장의 입장권을 전회, 전석 매진시켰다. 19일 일본 공연 뒤 10월까지 유럽, 북미를 돈다.

 1년간 세계를 돈 소회에 대해 마틴은 “데뷔 후 해온 몇 차례 순회공연 중 최고였고 대단한 행운아가 된 기분”이라고 했다.

 가장 많이 배운 점은 따로 있다고 했다. “요즘 세계의 미디어는 분리와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죠. 하지만 이 나라 저 나라 공연을 다니며 저희는 사람들이 서로 얼마나 유사한지를 더 느끼고 있습니다. 놀라워요. 세상을 직접 돌아볼수록 분리와 갈등의 그 반대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 말이에요.”



임희윤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