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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하라” 反트럼프 무대 된 그래미

Posted February. 14, 2017 07:07   

Updated February. 14, 2017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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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엽제 대통령!” “다코타 송유관 반대!”

 12일 밤(현지 시간) 열린 제59회 그래미상 시상식마저 결국 ‘반(反)트럼프’ 구호로 물들었다. 지난달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이어 그래미 역시 정치적 메시지가 수를 놓으면서 26일 아카데미상 시상식과 그 이후 대중문화계와 트럼프 간의 ‘문화전쟁’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반(反)트럼프 구호가 수놓은 밤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의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은 이례적으로 사회자가 등장하는 장면부터 독설의 포문이 열렸다. 진행을 맡은 영국 출신 코미디언 제임스 코든은 계단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연기를 하며 등장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있는 한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몰라! 뭉쳐야 살 수 있어!” 하는 자작 랩을 선보여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가수 제니퍼 로페즈는 신인상 시상자로 나와 “지금이야말로 아티스트들이 움직여야 할 때”라는 흑인 작가 토니 모리슨을 인용함으로써 반트럼프 운동을 우회적으로 부추겼다. 고 마이클 잭슨의 딸인 패리스 잭슨은 무대에 올라 “우리는 이렇게 신나는 일을 송유관 반대 목소리에 이용할 수 있다”면서 “#NoDAPL!(다코타 송유관 반대 해시태그를 SNS에 올려달라)”이라고 외쳤다. 다코타 송유관은 환경문제를 들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건설을 승인하지 않았지만 트럼프가 최근 추진키로 해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팝스타 케이티 페리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으로 지원금 중단 위기에 놓인 ‘미국 가족계획연맹’ 배지를 차고 나왔다. 그는 축하 무대 위에 미국 헌법 서문에 적힌 ‘위 더 피플(We the People)’이란 메시지를 띄웠다. 힙합 그룹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와 래퍼 버스타 라임스는 무대에 가설된 벽을 깨부수는 퍼포먼스를 펼치며 “미국 전체에 악행을 지속시켜 준 것과 무슬림 금지를 위한 실패한 시도에 대해 ‘고엽제 대통령’께 감사한다”고 한 뒤 노래 말미에 “저항하라!”를 네 차례 연호했다. 비욘세도 최우수 어번 컨템퍼러리 앨범 수상 소감에서 “우리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는 걸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 아델이 독식한 주요 부문 트로피들

 수상 내용에서는 영국 가수 아델이 미국의 비욘세를 압도했다. 두 사람은 올해의 노래, 레코드, 앨범의 주요 3개 부문에서 격돌했는데 아델이 앨범 ‘25’와 수록곡 ‘Hello’로 트로피를 전부 쓸어갔다. 아델은 최우수 팝 솔로 퍼포먼스 등 총 5개 트로피를 챙겨 이날 최다 수상자가 됐다. 비욘세는 최우수 어번 컨템퍼러리 앨범과 뮤직비디오의 2개 부문 수상에 그쳤다. 지난해 고인이 된 데이비드 보위의 유작 ‘Blackstar’도 최우수 얼터너티브 앨범 등 5개 트로피의 주인이 됐다.

 올해의 파격은 신인상에서 나왔다. 힙합 가수 챈스 더 래퍼는 스트리밍 형태로 무료 배포한 음반 ‘Coloring Book’으로 신인상, 최우수 랩 퍼포먼스, 랩 앨범의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손에 만져지는 CD나 LP 없이 그래미 트로피를 가져간 이는 그가 처음이다.

 축하무대에서는 비욘세가 쌍둥이를 임신한 만삭의 배를 드러내며 성화(聖畵) 속 성녀로 분장하고 나와 인상적인 공연을 펼쳤고, 아델은 조지 마이클의 ‘Fastlove’를, 브루노 마스는 프린스의 ‘Let's Go Crazy’ 등을 부르며 지난해 떠난 음악계 별들을 기렸다.



임희윤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