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국민은 헌재를 믿는다

Posted February. 11, 2017 08:15   

Updated February. 11, 2017 08:18

中文

 촛불집회측은 어제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특검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오늘 주말 광화문 집회에 합류하는 1박 2일 행진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서초동 대검 맞은편에서 집회를 벌이는 보수단체와 충돌을 빚을 뻔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 통과된 이후 촛불집회 참석을 중단했으나 오늘부터 다시 촛불집회에 참석하기로 하고 소속 의원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렸다. 새누리당도 일부 친박(친박근혜) 의원들과 대선주자들이 오늘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은 3월초에 내려질 가능성이 유력해지고 있다. 결정의 시간이 다가올수록 탄핵 찬반 양 진영의 대결은 격화할 것이다. 촛불집회측은 박 대통령은 취임 4주년 되는 이달 25일 최대규모 촛불집회를 계획하고, 보수단체도 3·1절에 자유총동맹이 전국 시도지부에 총동원령을 내리는 등 일촉즉발(一觸卽發)의 긴장이 감돈다.

 탄핵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의사는 정치인을 포함해서 누구나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다만 그런 의사 표현은 헌재 결정이 나오면 따르겠다는 약속을 전제로 한다. 유력한 대선 주자 중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는 아직 헌재 결정을 따르겠다는 말을 한번도 한 적이 없다. 누구라도 헌재 결정이 늘 마음에 들어서 따르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헌법을 통해서 우리가 미리 지키기로 한 약속이기 때문에 따르는 것이다. 헌재 결정에 승복하지 않는 정치인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 촛불집회나 태극기집회에 참석하는 시민들도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위기다. 국론분열을 넘어서 국민충돌의 전운마저 감돈다. 그럴수록 헌법재판소에 국운이 걸렸다. 1987년 민주화의 산물인 헌재는 첨예한 갈등의 순간마다 국민통합을 이끌어냄으로 길지 않는 역사에서 큰 신뢰를 쌓았다. 박한철 헌재 소장의 퇴임 이후 헌재는 8인 재판관 체제라는 비정상적 상황에 있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7인 체제에서 심판을 받기 위해 지연작전을 펴고 있으나 헌재는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 13일 전까지 가능한 8인 체제에서라도 결정을 내려야 하는 큰 부담을 안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친절하게 듣고, 빠진 것 없이 대답하고, 공정하게 판단하는 것을 재판관의 덕목으로 꼽았다. 모순된 요구 같지만 신속하면서도 공정한 결정을 내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헌재가 사상 초유의 압박을 이겨내고 다시 한번 국민 통합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국민은 믿는다. 헌재는 2004년 국회가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탄핵소추했을 때 “탄핵결정을 할 것인지는 단지 헌법이나 법률의 위반 여부가 아니라 그 위반 사항이 중대하여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고, 더 이상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수행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에 이르렀는지에 달려있다”고 천명했다. 초유의 대통령 탄핵결정의 판례에 해당한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에도 준용할 기준이다.

 탄핵심판 같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안은 에서 헌법재판관은 사건을 심판하지만 결국 그 결정에 의해 자신이 심판을 받는다. 2004년 노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는 재판관 누가 어떤 의견을 냈는지 밝히지 않아도 됐다. 이번에는 재판관 모두가 자신의 이름 석자를 걸고 의견을 밝혀야 한다. 올바른 사실 확정과 올바른 법 적용에 대한 부담도 큰데 익명 속에 숨는 비겁함을 떨쳐낼 용기까지 필요하다. 안팎의 압박이 심해질수록 좌고우면하지 않고 재판관의 양심에 충실한 판결을 내리는 것만이 주권자인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리고 역사 앞에서 떳떳할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