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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 ‘스릭슨’ 공 뒤엔 로켓공학 전공 ‘골프공 박사’

승승장구 ‘스릭슨’ 공 뒤엔 로켓공학 전공 ‘골프공 박사’

Posted February. 10, 2017 07:22   

Updated February. 10, 201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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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인비, 이보미, 전인지, 김효주,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필드의 강자로 주목받고 있는 이들 남녀 프로골퍼는 일본 던롭스포츠의 스릭슨 골프공을 사용하고 있다. 스릭슨 ‘Z-스타’ 시리즈 공은 2008년 출시 후 472회의 우승 기록을 남겼다.

 이런 성과 때문인지 던롭스포츠의 모기업인 일본 스미토모고무에서 10년 넘게 골프공 연구원으로 일하는 김형철 박사(43)는 “마치 내가 우승한 것처럼 보람이 크다”며 웃었다. 최근 스릭슨의 2017년형 신제품인 ‘뉴 Z-스타’와 ‘Z-스타 XV’ 출시에 맞춰 귀국한 그를 인터뷰했을 때였다.

 한국에 있는 가족과 떨어져 일본 고베의 연구소에서 홀로 근무하고 있는 김 박사는 전북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문부성 장학생으로 일본 도후쿠대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석사 때 로켓공학을 전공했는데 박사과정에서 골프공의 비행을 연구 주제로 삼게 됐습니다. 당시 워낙 유명했던 박세리 선수의 영향도 좀 받았죠.”

 2006년 던롭스포츠에 입사한 김 박사는 골프공의 공기역학 분야로 한 우물을 팠다. 골프공이 곰보 모양인 딤플의 작용으로 멀리 날아간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 딤플은 공의 진행을 막는 항력(抗力)을 줄이고, 뜨는 힘인 양력(揚力)을 키우는 역할을 한다. 김 박사는 “이상적인 딤플의 개수와 크기를 통해 균일성을 유지해야 비거리를 늘릴 수 있다. 공 연구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스릭슨의 새 골프공에 대해 그는 “볼 중심은 부드럽고 밖으로 갈수록 딱딱해지는 E.G.G 코어 기술, 공기역학에 최적화된 338개의 딤플, 13%가 더 부드러워진 스핀 스킹 코팅 등 세 가지 특징을 갖췄다. 비거리뿐 아니라 쇼트게임에서 최상의 스핀 컨트롤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주말 골퍼를 향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고온다습하거나 아주 저온의 장소에 공을 방치해 두면 기능이 떨어집니다. 차량 트렁크에는 오래 넣어두지 말아야 합니다. 공도 유효기간이 있어 2년 이상 지나면 성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한국 선수들이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어 회사 내에서 어깨에 힘을 주게 됐다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박인비다. 최근 신제품 발표회에 김 박사와 함께 참석한 박인비는 “6년 동안 스릭슨 볼만 치고 있다. 바람의 영향을 덜 받고, 볼이 안정적으로 묵직하게 맞는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 이 얘기를 듣던 김 박사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