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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보좌 정호성 비서관에게 책임 떠넘긴 박대통령

20년 보좌 정호성 비서관에게 책임 떠넘긴 박대통령

Posted February. 07, 2017 08:26   

Updated February. 07, 2017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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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 씨의 재판에 나온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는 “더블루K의 실질적 운영자는 최순실 씨”라고 주장했다. 더블루K는 재벌들로부터 288억 원을 거둔 K스포츠재단의 돈이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최 씨가 설립한 컨설팅 업체다. 최 씨는 그동안 “고 씨가 실질적 운영자이고 나는 도와줬을 뿐”이라고 주장했으나 고 씨는 “내 회사라면 내가 왜 (최 씨에게) 잘렸겠냐”고 반문했다. “최 씨는 40년 지기로 평범한 주부”라는 박 대통령의 주장이 무색할 지경이다.

 고 씨는 최 씨가 운영하는 의상실을 그만 둔 이유에 대해서도 “최순실이 차은택에게 장관이나 콘텐츠진흥원장 자리가 비었으니 추천해달라고 해서 그게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 또 예산 같은 걸 짜기 시작했는데 그 예산이 그대로 반영되는 것을 봤을 때 겁이 났다”고 증언했다. 박 대통령은 최 씨의 국정개입에 대해 ‘문화 쪽 인사만 추천했고, 그 추천도 다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씨가 문화 뿐 아니라 정부와 공기업에 문어발식으로 인사에 관여한 사실이 특검조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최 씨가 인사나 예산에는 전혀 간여하지 않았다는 박 대통령의 해명도 고 씨의 증언과 상충된다.

 박 대통령은 3일 자신의 탄핵심판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13쪽짜리 의견서에서 “아니다. 몰랐다”며 13가지 탄핵소추 사유는 물론 4개월에 걸친 검찰 및 특검의 수사 내용까지 모두 부인했다. 그럼 최근까지 18명의 구속자를 포함해 검찰 및 특검에 형사 처벌된 22명이 모두 억울한 누명을 썼단 말인가. 그렇게 떳떳하다면 청와대의 압수수색도 거부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무죄를 입증할 청와대의 자료를 취합해 자진 제출해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의 각종 기밀자료가 유출된 데 대해 “정 비서관에게 연설문, 말씀자료 이외의 다른 자료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에게 보내도록 포괄적으로 위임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국가기밀 유출은 정호성 비서관의 ‘과잉 충성’이 빚어낸 일이지 대통령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취지로 들린다. 박 대통령이 20년 가까이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일개 비서관에게 책임을 떠넘기거나 이미 드러난 측근들의 비리까지 감싸는 모습은 참으로 볼썽사납다. 최고지도자의 덕목 가운데 핵심은 국민 신뢰의 기반인 정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