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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사우디서 받은 호피 가짜였다

Posted October. 13, 2021 07:15   

Updated October. 13, 202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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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의 친미 국가 사우디아라비아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에게 선물했던 모피 의류, 상아 손잡이가 달린 단검 등이 모두 가짜로 밝혀졌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외국 정부로부터 받은 선물의 관리 상황을 감독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 4개월 만인 2017년 5월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82개의 선물을 건넸다. 여성 스카프, 샌들, 신발, 하얀 호랑이와 치타 모피로 만든 의류 3벌, 손잡이가 상아로 된 단검 등이 포함됐다.

 당시에도 백악관 법무팀은 하얀 호랑이 모피로 만든 의류와 상아 단검이 ‘멸종위기종 보호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까지 이 선물을 연방총무청에 신고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퇴임 직전인 올해 1월 19일에야 모피 의류와 상아 단검을 연방총무청으로 이관했다. 이는 올해 여름에 멸종위기종 보호법 위반 여부 확인을 위해 미 어류·야생동물관리국(USFWS)으로 넘겨졌다.

 USFWS가 선물의 위법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모피는 호피 무늬가 염색된 가짜이고 상아 또한 동물의 뼈 성분이 섞인 모조품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우디 측이 선물을 건넬 당시 가짜임을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원의 윤리 담당 법무 책임자를 지냈던 스탠리 브랜드 변호사는 “무관심이든, 엉성한 일처리든 이번 일은 정부 절차와 법에 대한 태도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국무부 감찰관실은 앞서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사가 받은 선물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해 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이 일본에서 선물로 받은 뒤 사라진 5800달러짜리 위스키는 행방이 묘연하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또한 베트남으로부터 22캐럿짜리 금화와 도자기 그릇을 선물 받았다는 기록이 있지만 역시 어디 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의 부인 캐런 여사는 2018년 싱가포르 방문 당시 리셴룽(李顯龍) 총리로부터 2개의 금색 명함지갑을 선물 받았지만 선물 상한선(415달러)을 넘는 가치에 대해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