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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돌아온 이재용...ASML과 차세대 반도체 협력 논의

유럽서 돌아온 이재용...ASML과 차세대 반도체 협력 논의

Posted October. 15, 2020 07:52   

Updated October. 15, 2020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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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주일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14일 귀국했다. 이 부회장은 출장길에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 최고경영진과 만나 차세대 반도체 협력을 논의했다.

 이날 오전 트렌치코트 차림으로 서울 김포국제공항 입국장으로 나온 이 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극자외선(EUV)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왔다”고 짤막히 답했다. EUV 공정에 필요한 노광장비 공급 계획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들이 다음 출장지에 대해 묻자 “이번에 (스위스에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도 다녀왔다. 다음 출장은 아직 안 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13일(현지 시간)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마르틴 판덴브링크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만나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사는 EUV 장비 공급 계획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등 미래 반도체를 위한 기술개발 협력에 대한 의견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ASML 반도체 제조장비 생산 공장도 방문해 EUV 장비 생산 현황을 직접 살펴봤다”며 “양사 최고경영진의 회동은 2016년 11월, 2019년 2월에 이어 세 번째”라고 말했다. 이번 회동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DS사업부문장(부회장)이 동행했다.

 유럽 주요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연일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데도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을 강행한 것은 ASML이 생산하는 EUV 장비가 삼성전자의 ‘2030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장비이기 때문이다. 대만 TSMC 등 글로벌 경쟁사들도 ASML에 장비 공급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사의 협력 관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실제 ASML은 반도체 미세공정 한계 극복에 필수적인 EUV 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회사로 ‘슈퍼 을’로 불릴 정도로 기술력을 자랑한다. 한 대당 수천억 원에 달하는 EUV 장비는 일 년에 30대 미만으로 생산된다. 만드는 대로 팔릴 뿐 아니라 중고 EUV 장비도 어디에서 사가는지 업계 관심사로 오르내릴 정도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이 경쟁자지만 장비 확보를 노리는 경쟁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업계 최초로 EUV 기반 7나노 양산을 시작한 뒤 올해 2월 EUV 전용 라인인 화성 V1의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경기 평택사업장 2라인에서도 올해 8월 EUV 공정 적용 모바일 D램 양산을 시작하는 등 삼성의 EUV 장비 수요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ASML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2012년 당시 5억300만 유로(약 6770억 원)를 투자해 지분 3%를 확보하고 2억7600만 유로(약 3715억 원)를 ASML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2018년 보유 지분의 절반을 팔아 지분 1.5%를 확보하고 있다.

 한편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스위스에 위치한 IOC를 찾은 점도 주목받고 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올림픽 파트너로서 IOC의 최고 후원 기업 중 하나라 이번 IOC 방문으로 네트워크를 다지는 만남을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돼 이달 하순 서울을 방문하면서 이 부회장을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동일 dong@donga.com · 이원홍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