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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독미군 철수 안돼” 공화의원 22명 반기

“주독미군 철수 안돼” 공화의원 22명 반기

Posted June. 11, 2020 07:36   

Updated June. 11, 2020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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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독일 주둔 미국 감축 지시에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이 집단으로 반기를 들었다. 미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감축 지시를 아직 받지 않았으며, 고위 관계자들도 사전에 관련 내용을 몰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9일 미 CNN,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하원 군사위원회 의원 22명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독일 주둔 미군 감축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군 감축은) 미국의 국가 안보를 크게 해칠 뿐 아니라 이로 인해 러시아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며 감축 결정을 다시 생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이들은 “미군의 주둔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을 막는 데 도움이 됐다. 미국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데에도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하원 군사위 소속 리즈 체니 의원은 이날 “미국이 군대를 철수하면 자유가 위협받을 것”이라며 “미군의 해외 주둔은 힘을 통한 평화와 미국의 리더십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소속 제임스 인호프 상원 군사위원장은 최근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매우 나쁜 생각”이라고 밝혔고,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미군 감축이 유럽의 안보 체제를 훼손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은 9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국방부가 주독미군 감축 지시를 받지 않았으며,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의 당국자들도 관련 내용을 모르고 있다가 관련 기사를 접하고 깜짝 놀랐다고 보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는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 미국대사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넬 전 대사는 로이터통신의 질의에 자신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전부 소문(gossip)”이라고 부인하면서도 “독일 내 감축 논의는 작년 말부터 진행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를 방위비로 지출하라는 나토 회원국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밝혀 주독미군 감축 논의가 독일의 방위비 증액 문제와 결부됐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의 앙금도 작용했다고 한다. 한 의회 보좌관은 로이터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회의 참석을 취소한 메르켈 총리에게 화가 났기 때문에 결정 속도가 빨라졌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펜타곤을 책임지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거슬렀다는 이유로 실제 경질 직전까지 갔었다고 WSJ는 이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장관의 경질은 적들을 이롭게 할 뿐”이라는 참모진의 만류로 막판에 경질 계획을 접은 것으로 전해진다.

 공화당 내부 여론마저 악화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좌충우돌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밀쳐 다친 75세 마틴 구지노 씨에 대해 트위터에서 “방송 장면을 보니 밀침을 당한 것보다 더 세게 넘어졌다. 연출일 수도 있다?”고 썼다가 거센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