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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쇼크’ 영업익 97% 감소, 적자 간신히 면해

삼성전자 ‘반도체 쇼크’ 영업익 97% 감소, 적자 간신히 면해

Posted February. 01, 2023 07:47   

Updated February. 01, 2023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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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10∼12월) 반도체 사업(DS부문)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약 97% 감소하는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DS부문 내 사업별 영업이익을 공개하진 않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이 역대 분기 최대 매출을 낸 점을 고려하면 메모리 반도체에선 적자에 가까웠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31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총매출 70조4600억 원, 영업이익 4조3100억 원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전체로는 매출 302조2300억 원, 영업이익 43조3800억 원으로 사상 처음 매출 300조 원을 넘겼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약 16%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주요 사업이 부진한 탓이다.

DS부문은 지난해 4분기 매출 20조700억 원, 영업이익은 2700억 원을 거두며 적자를 간신히 면했다. 2009년 1분기(1∼3월) 이후 가장 낮은 영업이익이다. 2021년 4분기 영업이익(8조8400억 원) 대비 96.9% 줄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수요가 줄며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가 가격이 급락하고 재고가 쌓인 영향이다. 삼성전자는 실적 발표 후 진행한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소비심리가 악화되며 판가가 추가 하락했고, 재고평가손실의 영향으로 실적이 대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은 시장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저조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연말 반도체 시장의 상황이 더 빠르게 악화된 탓”이라고 말했다.

실적 악화에도 삼성전자는 웨이퍼(반도체 기판) 투입량을 줄이거나 생산라인을 멈추는 등의 ‘인위적 감산’은 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지켰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가 감산 행렬에 동참한다면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을 막을 계기를 만들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삼성이 감산에 동참하지 않음으로써 반도체 혹한기에 후발 주자와의 격차를 벌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SK하이닉스, 키옥시아, 마이크론 등 주요 경쟁사들이 설비투자를 연기하거나 생산량을 줄여 대응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설비투자 규모도 줄이지 않겠다고 답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DS부문 부사장은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생산라인 최적화나 미세공정 전환에 따른 ‘자연적 감산’은 가능성이 있다고 시사했다.

단기간에 반도체 수요가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올해 상반기까지 반도체 부문의 실적 악화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1∼3월)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13∼18% 떨어지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2분기(4∼6월)에도 3∼8%가량 하락할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와 연간 최대 매출 기록을 세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불안요소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서버, 모바일, PC 등 반도체 주요 거래처 중 그 누구도 반도체를 사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반기(7∼12월)에는 상황이 개선될 여지도 있다. 인공지능(AI) 관련 시장이 커지며 메모리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점쳐진다.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 전환도 긍정적인 신호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상반기까지는 D램과 낸드 가격이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인텔, AMD 등이 내놓은 DDR5 지원 중앙처리장치(CPU) 생산이 본격화되면 D램 수요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등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실적도 부진했다. VD(영상가전사업부)·가전 등은 지난해 4분기 6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삼성전자가 가전에서 적자를 낸 것은 2015년 1분기 1400억 원의 적자(CE사업부문) 이후 7년여 만이다. 삼성전자는 “TV는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수요가 줄었고, 가전은 시장이 악화되고 경쟁이 심화돼 비용이 늘며 수익성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 둔화 영향으로 모바일경험(MX) 사업부문도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 분기 및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플래그십 제품은 시장 예상보다 선방했지만, 중저가 제품 판매가 예상보다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홍석호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