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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더 준대도 싫다는 학교… 경직된 교육교부금제 손봐야

예산 더 준대도 싫다는 학교… 경직된 교육교부금제 손봐야

Posted May. 25, 2022 08:00   

Updated May. 25, 20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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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초중고교가 갑자기 불어난 예산의 집행 계획을 짜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 17개시도 교육청에 배정된 교육교부금은 65조원인데 초과 세수가 늘면서 11조원이 추가된 것이다. 지난해 쓰고 남은 예산까지 포함하면 올해 교부금은 지난해보다 21조원이 늘어난 81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나라엔 돈 가뭄이 들었는데 교육청만 돈 잔치 걱정이다.

 교육청은 지난해도 추경으로 교부금이 6조원 증액되자 멀쩡한 학교 시설을 리모델링하고 빔 프로젝터 같은 비품을 사고 또 사들였다. 필요해서가 아니라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서였다. 그래도 남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 학생들에게 테블릿PC를 무상 지급하거나 현금 30만원을 뿌린 교육청도 있다. 올해는 추경 예산이 배로 늘어난 데다 새 교육감 선출과 시도의회 승인 일정을 감안하면 예산 집행 기간은 3개월에 불과해 압박이 심하다. 교사들은 돈 쓸 곳을 찾아 기안하느라 정작 수업 준비할 시간이 없다며 불어난 예산이 반갑지 않다고 한다. 추경을 짤 때마다 교부금을 자동으로 배정하는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추경이 아니어도 예산 낭비를 부추기는 교부금 제도를 손봐야 한다. 유치원과 초중등교육에만 쓸 수 있는 교육교부금은 예산 수요와는 무관하게 경제 규모에 따라 증가하도록 설계돼 있다. 올해 학생 수는 532만 명으로 10년 전보다 20% 줄었지만 1인당 교부금은 1528만 원으로 2.5배로 불어났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초중고 학생 1인당 교육비 지출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1위, 대학은 33위다. 남아도는 교육교부금을 대학 교육 지원에 쓰자는 제안이 나오는 이유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국회에서 “우리나라는 초중등 교육에 OECD 평균보다 많은 재정지원이 이뤄지고 고등 교육에 대한 지원은 미흡하다”며 교부금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한 바 있다. 저출생 현상으로 학령인구는 줄어드는데 반해 4차 산업혁명과 고령화로 고등 인재와 평생교육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한정된 예산을 변화된 교육 수요에 맞게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50년 된 교부금제도를 재설계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