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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쓰는 검사 “이야기로 범죄자에 경고”

웹소설 쓰는 검사 “이야기로 범죄자에 경고”

Posted August. 06, 2021 07:22   

Updated August. 06, 2021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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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나 드라마에서 멋진 주인공으로 나오는 왕세자가 ‘미필적 고의’로 살인을 하면 어떨까 상상하다 글을 쓰게 됐죠.”

 서아람 수원지검 공판부 검사(35·변호사시험 2회)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검찰청에선 범죄로 끔찍한 결과가 벌어질지 알고도 범행을 저지르는 미필적 고의형 범죄자들을 많이 만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1일부터 카카오페이지에 웹소설 ‘왕세자의 살인법’을 연재하고 있다. 매일 범죄자를 마주하며 겪은 고민이 웹소설 집필로 이어졌다. 그는 “많은 범죄자들이 ‘에이, 설마’ 하면서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악의를 발현시키며 범죄를 저지른다. 처음부터 악독한 살인범이 아니지만 점점 음험한 사이코패스의 본모습을 드러내는 왕세자 이야기를 통해 범죄자들에게 경고를 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2013년 검사가 돼 서울남부지검, 광주지검에서 근무했다. 카카오페이지에서는 ‘초연’이라는 필명으로 웹소설을 쓰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검사가 의문의 테러로 시력을 잃은 후 과거 사건을 파헤치는 ‘암흑검사’(2019년)에 이어 강력부 검사가 수사를 위해 어린이집에 위장 취업하는 내용의 ‘검사님의 보육일지’(2020년)를 연재했다. 두 작품 모두 각각 200만 회 넘게 조회됐고, 영화나 드라마 제작이 추진되고 있다. ‘본캐’(본캐릭터)인 검사와 ‘부캐’(부캐릭터)인 웹소설 작가 활동을 성공적으로 병행하고 있는 것. “그동안 교통, 보이스피싱, 성범죄, 가정폭력 등 다양한 사건을 수사했지만 검사 윤리강령에 따라 제가 수사한 사건은 작품에 쓰지 않는 게 원칙이에요. 개별 사건에서 영감을 얻기보다 범죄자들을 만나며 든 생각이 자연스레 작품에 녹아드는 것 같습니다.”

 그는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 맘이기도 하다. 육아와 직장 업무, 글쓰기를 병행하는 게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유쾌한 목소리의 답이 돌아왔다. “아이를 돌보는 중간에 작품 아이디어를 메모하고 주말에 틈틈이 글을 써요. 유명 출판사를 통해 등단하지 않아도, 전업 작가가 아니어도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게 웹소설의 매력이죠. 늘 독자에 머물 줄 알았던 저도 작가가 됐으니 다른 분들도 웹소설 한번 써보세요!”


이호재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