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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복원 사흘 만에 민간 지원•훈련 연기 꺼낸 대북 조급증

통신 복원 사흘 만에 민간 지원•훈련 연기 꺼낸 대북 조급증

Posted July. 31, 2021 07:43   

Updated July. 31, 202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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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그제 북한에 영상회담을 위한 시스템 마련을 협의하자고 제안했다. 하루 뒤에는 지난해 9월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 이후 전면 중단됐던 민간 차원의 대북 물자 반출의 승인을 재개했고, 통일부는 “한미연합훈련은 연기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북 통신선이 복원된지 사흘 만에 대북 지원의 길을 트고, 훈련 연기 의사를 밝힌 것이다. 

 정부가 남북 간 영상회담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나선 것은 내달 중순으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에 앞서 북한을 대화로 한 발짝 더 끌어들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호응한다면 오랜만에 살린 대화의 불씨가 더 커지겠지만 북한은 언제나 그랬듯 시간을 끌며 셈법 계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제안을 한지 하루 만에, 북한의 답이 오기도 전에 정부는 인도적 지원 재개의 물꼬를 텄다. 대화에 대한 조급증이 그만큼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해수부 공무원이 북한군의 총격에 피살됐을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실망감을 줘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요구한 공동 조사에는 응하지 않아 아직도 진상 규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족의 아픔도 여전하다. 당시 사건 이후 정부가 취한 조치가 대북 물자의 반출 승인 중단이었다. 그런데 10개월 만에 북한의 추가적인 해명도 없는 상황에서 슬그머니 원상 복귀된 것이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어제 “미국의 입장에서도 이 기회를 살려내는 것이 비핵화나 한반도 평화정착으로 만들어 나가는데 매우 유익한 성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통신선을 복원했으니 연합훈련을 연기해 대화 동력을 마련하자는 취지일 것이다. 북한 대외매체가 어제 문재인 대통령을 거론하며 “북남 관계가 잘되든 못되든 그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는 자세와 입장에 서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여태껏 한 것은 스스로 끊었던 통신선을 복원한 것일뿐 약속했던 비핵화 조치는커녕 실질적인 대화 의지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미국이 통신선 복원을 환영하면서도 여전히 북한과의 대화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핵화 대화의 진전이 없는 남북 교류가 공허하다는 것은 3년 전 평창이 남긴 교훈이다. 정부가 임기 말 조급증에 매달려 혼자 앞서나가다가는 미국에게 의심 받고, 북한에게 외면 받는 상황이 재현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