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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카톡 1건에 13만원… ‘쌈짓돈’ 국립대 학생지도비

상담 카톡 1건에 13만원… ‘쌈짓돈’ 국립대 학생지도비

Posted May. 12, 2021 07:18   

Updated May. 12, 2021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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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A국립대는 교직원들이 밤에 캠퍼스를 순찰하는 ‘교내안전지도활동’을 1주에 8시간씩 하기로 계획했다. 이 활동을 하면 ‘학생지도비’를 연간 최대 690만 원 받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A국립대 교직원들은 20분 만에 캠퍼스 내 두 곳에서 증빙사진을 촬영했고 일부 교직원은 윗옷을 바꿔입어가며 사진을 찍는 꼼수를 부렸다. 이틀에 걸쳐 활동한 것처럼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서였다. 이런 식으로 이 대학은 11억7000만 원을 부당 지급받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11일 전국 주요 12개 국공립대의 학생지도비 실태를 조사해 발표한 결과의 일부다.

 이날 권익위 발표에 따르면 국립대 12곳 중 10곳의 교직원들이 학생상담과 안전지도를 허위로 하거나 실적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지난해 94억 원을 부당 지급받았다. 조사 대상 12개 대학은 부산대 부경대 경북대 충남대 충북대 전북대 제주대 공주대 순천대 한국교원대 방송통신대 서울시립대였다.

 학생지도비는 과거 국공립대 기성회비에서 교직원에게 급여 보조성으로 지급하던 수당이 폐지되면서 생긴 것으로 교직원의 학생상담, 안전지도활동에 따라 개인별로 차등 지급된다. 그러나 실태조사 결과 교직원들은 실적과 무관하게 관련 비용을 타가고 있었다.

 B국립대는 교수가 학생에게 5분 내외의 짧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것을 상담으로 간주하고 메시지 1건에 13만 원을 지급했다. 상담 내용은 대부분 코로나19 관련 건강 상태를 확인하거나 안부를 묻는 것이었다. 이 대학 교수는 이런 식으로 28회에 걸쳐 370만 원을 받았다. C국립대는 교직원들이 학생을 30명 이내 팀으로 묶어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e메일로 보내고 1명이라도 수신하면 ‘멘토링’ 실적으로 인정했다. 이런 방법으로 직원 551명이 건당 10만 원씩, 총 27억5500만 원을 타냈다.

 김응태 권익위 복지보조금부정신고센터장은 “국립대의 공통된 문제라고 본다”며 “매년 국립대에서 1100억 원의 학생지도비가 집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부당 집행 금액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권익위는 교육부에 국립대에 대한 전면 감사를 요구했다. 교육부는 이날 전체 국립대 38곳을 대상으로 학생지도비 특별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최예나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