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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듯 너무도 다른 ‘韓中日문화’

Posted December. 05, 2020 07:42   

Updated December. 05, 2020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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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이 외국에서 현지인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가운데 하나는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는 것이다. 최근에 와서야 케이팝 등에 힘입어 한국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늘면서 “그러면 한국인이냐” 묻는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밖에서 보기에 한중일(韓中日) 삼국의 문화적 특성은 구분하기 힘들 만큼 비슷하다. 한국인이 느끼는 바 또한 비슷할 터. 좋든 싫든 예부터 동아시아에서 얽히고설키며 젓가락 유교 한자문화 등을 공유하는 세 나라는 유사하면서도 다르다.

 저자는 책 제목인 ‘안타고니즘(길항작용)’이라는 생물학적 개념을 차용해 삼국의 애매하면서도 미묘한 차이를 조명했다. 길항작용은 생물체에서 일어나는 어떤 현상에서 두 개의 요인이 동시에 작용해 서로 그 효과를 부정하는 개념이다.

 한성대 ICT디자인학부 교수로 오랫동안 삼국의 공예품을 토대로 세 나라 ‘문화의 유전자’를 연구해온 미술과 디자인 전문가인 저자는 한 나라의 문화를 만드는 공동체의 심리와 역사는 서로 밀고 당기는 길항작용으로 이뤄진다고 본다. 문화는 다시 미술, 건축양식, 축제, 옷과 장신구에 영향을 끼쳐 나라별 특성이 생겨난다.

 저자는 길항작용을 이론적 도구로 삼아 삼국의 공예품과 건축물에 드러난 현상을 조명한다.  책에서는 중국의 개방과 폐쇄라는 특성을 토루(土樓)라는 고유한 주택양식으로 보여준다. 축소와 확장이라는 일본의 이중적 특성은 불단(佛壇)을 통해 조명했다. 한국을 설명할 때는 ‘덤벙’과 ‘강박’이라는 키워드를 꺼내들었다. 이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격식을 벗어던졌으면서도 예술성이 뛰어난 18세기 김후신의 ‘대쾌도(大快圖)’와 고려불화를 예시로 들었다.

 이 나라 사람의 기질은 어떻고, 저 나라의 국민성은 어떻다는 견해는 당연히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저자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는 “규정에 반대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게 나오게 마련이다. 진정한 의미의 기질론은 우(優)와 열(劣)을 가르려는 준비가 아니다. 도리어 현실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을 찾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 살펴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기윤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