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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다저스, 32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

Posted October. 29, 2020 07:37   

Updated October. 29, 2020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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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우승컵을 들어올리기까지 강산이 세 번 넘게 바뀌었다.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가 1988년 이후 32년 만에 월드시리즈(WS·7전 4선승제)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다저스는 28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WS 6차전 탬파베이와의 경기에서 3-1로 이겨 4승 2패로 통산 7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다저스는 경기 초반 탬파베이 선발 블레이크 스넬(28)에게 꽁꽁 묶이며 0-1로 끌려갔다. 하지만 탬파베이의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가 양 팀의 희비를 가른 계기가 됐다.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이 2안타밖에 허용하지 않은 스넬을 6회말 1사 이후 교체하자 다저스는 곧바로 2점을 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8회말에는 무키 베츠(28)의 솔로 홈런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WS 최우수선수(MVP)는 6경기에서 타율 0.400(20타수 8안타) 2홈런 5타점의 맹타를 휘두른 다저스 유격수 코리 시거(26)에게 돌아갔다. 만장일치로 MVP에 뽑힌 시거는 챔피언십시리즈에 이어 WS까지 MVP를 차지한 8번째 선수가 됐다.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 다저스는 그동안 WS 우승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 대도시인 로스앤젤레스를 연고지로 둔 다저스는 좋은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악의 제국’ 뉴욕 양키스 못지않게 많은 돈을 지출했다. 2014시즌부터 2017시즌까지는 양키스를 제치고 총 연봉 1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4시즌부터 7년 연속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 자리를 지킨 다저스는 2017∼2018시즌 2년 연속으로 WS 무대에 올랐으나 휴스턴(2017년), 보스턴(2018년)에 각각 고배를 마셨다.

 비록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2015년 취임한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의 체질 개선 노력은 빛을 봤다는 평가다. 합리적인 지출과 육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시거와 팀 타선을 이끈 코디 벨린저(25·외야수) 등이 간판스타로 성장했다. 지명도보다는 가능성을 보고 외부에서 영입한 저스틴 터너(36·내야수), 맥스 먼시(30·내야수), 크리스 테일러(30·외야수) 등도 프리드먼 체제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터뜨렸다. 여기에 올 시즌을 앞두고 보스턴과의 빅딜로 데려온 베츠는 2018년 보스턴에서 장착한 ‘우승 DNA’를 다저스에 고스란히 전수했다. 가을만 되면 새가슴이 되곤 했던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33)도 올해 WS에서는 2경기에서 2승(평균자책점 2.31)을 챙기며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였다. 다저스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역대 최다인 13경기 연속 홈런을 날렸다. 승부처에 나온 ‘한 방’도 정상으로 가는 원동력이 됐다.

 12일 미국프로농구(NBA)의 LA 레이커스가 우승한 데 이어 다저스까지 챔피언에 오르면서 LA는 축제 분위기다. 레이커스의 우승을 이끌었던 ‘킹’ 르브론 제임스는 “LA는 챔피언의 도시다. 제발 우승 퍼레이드를 하게 해 달라!”며 다저스의 우승을 축하했다. 미국에서 같은 연고지를 둔 팀이 야구, 농구에서 동반 우승한 건 1988년이 마지막이었는데 당시 주인공도 다저스와 레이커스였다.

 만약 이날 시리즈가 끝나지 않았다면 WS는 파행을 맞을 뻔했다. 다저스 3루수 터너가 8회초 수비 때 교체됐는데 MLB 사무국은 터너가 경기 중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터너는 우승 직후 세리머니에 모습을 드러내고, 기념사진 촬영 때 마스크를 벗어 적잖은 논란도 예상된다.


김배중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