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나쁜 날’이었다.
올 시즌 세 번째 동반 출격에 나서며 나란히 승리를 노렸던 류현진(33·토론토)과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이 나란히 고개를 숙였다.
5연패 중이던 팀을 수렁에서 건져야 했던 ‘에이스’ 류현진은 잘 던지고도 졌다. 20일 필라델피아와의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6안타 8삼진 1볼넷 2실점으로 호투했다. 하지만 1-2로 뒤진 7회말 교체 후 팀이 한 점을 더 내줘 1-3으로 패하며 시즌 2패(4승)째를 떠안았다. 7월 31일 워싱턴전 이후 51일 만의 패전. 시즌 평균자책점 3.00은 그대로 유지했다.
이날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91.3마일(약 147km)에 불과했고 90마일(약 145km) 이상을 기록한 공도 6개에 그쳤다. 류현진도 이를 의식한 듯 경기 초반부터 커터(36개), 체인지업(26개), 커브(14개) 등 오프 스피드 피치 위주로 타자들을 상대했다. 하지만 1-0으로 앞선 5회 필라델피아 선두 타자 제이 브루스에게 2루타를 맞는 등 안타 5개를 연거푸 맞으며 2실점했다.
류현진이 승리를 거뒀던 14일 뉴욕 메츠전 이후 6연패에 빠진 토론토는 시즌 승률이 다시 5할(26승 26패)로 떨어졌다. 아메리칸리그(AL) 와일드카드 순위에서 2위에 올라있는 토론토는 현재 순위를 유지하면 최지만(29)의 소속팀이자 AL 동부 1위 탬파베이(35승 18패·승률 0.660)와 포스트시즌 1라운드에서 맞붙게 된다. 경기 후 류현진은 “동료가 선취점을 내줬는데 바로 내가 실점해 아쉽다. 이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시즌 3승 도전에 나선 김광현은 올 시즌 최다 실점을 기록했다. 같은 날 피츠버그와의 방문경기에 등판한 김광현은 5와 3분의 1이닝 동안 6안타(2홈런) 1볼넷 4삼진 4실점했다.
MLB 데뷔 이후 가장 많은 투구 수(103개)를 소화했지만 실점, 안타, 홈런 등 모두 자신의 한 경기 최다 기록이었다. 1회말 1사 이후 키브라이언 헤이즈에게 홈런을 맞으며 25이닝 동안 유지했던 무자책 행진도 끝났다. 3회에도 호세 오수나에게 솔로포를 허용했다. 평균자책점은 0.63에서 1.59로 크게 올랐다.
최근 신장 경색 진단을 받고 혈액 희석제를 복용 중인 김광현은 출혈과 멍을 방지하기 위해 특수 보호 장치가 달린 모자를 쓰고 투구했다. 김광현은 “일반 모자보다 딱딱한 게 들어가 있어 불편한 건 사실이다. 보호 장비로 한 치수 큰 모자를 써 (공을 던질 때) 많이 흔들렸다”며 “의사가 쓰라고 했기 때문에 불편해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전을 면한 게 위안이었다. 피츠버그 선발 미치 켈러에게 6이닝 동안 한 개의 안타도 때려내지 못한 채 무득점으로 끌려가던 세인트루이스 타선은 0-4로 뒤진 7회초 투수가 바뀐 뒤 사사구 5개, 안타 3개를 묶어 5득점하며 경기를 뒤집었다.
김배중 wanted@donga.com
About Dong-A 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