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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나도 소중”… ‘어른이날’ 선물 챙기는 어른들

“성인이 된 나도 소중”… ‘어른이날’ 선물 챙기는 어른들

Posted May. 05, 2021 07:09   

Updated May. 05, 2021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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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한테 선물을 받는 순간 떠올랐어요. ‘반짝반짝한 거랑 꾸미는 거 좋아하는 사람, 그게 나인데’란 생각이요. 진짜 날 찾은 기분이었어요.”

 경기 김포에 사는 한태은 씨(41)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남편에게 ‘깜짝 선물’을 받았다. 해마다 어린이날이면 자녀들만 챙겨줬는데, 아이들 선물과 함께 평소 한 씨가 갖고 싶었던 고가의 게임기를 사왔다. 한 씨는 “어릴 때 부모님께 받은 예쁜 구두 한 켤레가 떠올랐다”며 “어른이 된 뒤 많은 걸 포기하고 살았는데, 뭔가 보상 받은 기분”이라며 기뻐했다.

 5월 5일은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날이지만,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색다른 선물로 자신을 챙기고 추억도 만끽하는 ‘어른이날’로 즐기는 성인들이 늘고 있다. 특히 1인가구나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가 많아지면서 ‘어른을 위한 어린이날 선물’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완구전문매장 토이저러스에 따르면 올해 5월 ‘키덜트’를 위한 상품 매출이 지난해보다 45.8%가 늘었다. 롯데마트의 김경근 토이팀장도 “키덜트 상품의 매출은 몇 년 전부터 계속해서 성장하는 추세”라며 “특히 5월에 어른을 위한 선물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어린이날에 자기 자신에게 선물을 주는 어른이들도 적지 않다. 자영업자인 김모 씨(40)는 “오랫동안 5월 5일이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미키마우스 캐릭터 상품을 스스로에게 선물했다”며 “어른이 된 뒤 날 챙길 사람은 누구도 아닌 자신이란 생각에 기념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남 양산에 사는 직장인 강모 씨(24)도 “어린이날을 앞두고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던 애니메이션 DVD 전편을 샀다”며 “어린 시절의 나에게 어른이 된 내가 주는 선물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어른이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 등으로 세상살이에 지친 성인들이 어린이날만이라도 잠깐 짐을 벗고 동심을 되찾고픈 속내가 녹아있다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자책과 우울로 심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성인들이 늘고 있는데 작은 선물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건 마음의 긍정적인 신호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