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김정은 분석가’ 정 박, 美대북정책 실무지휘… ‘강경 라인업’ 완성

‘김정은 분석가’ 정 박, 美대북정책 실무지휘… ‘강경 라인업’ 완성

Posted January. 28, 2021 07:22   

Updated January. 28, 2021 07:22

中文

 한국계 북한 전문가인 정 박(박정현·47) 전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가 26일(현지 시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 부차관보로 발탁됐다. 그는 앞으로 국무부의 대북정책 업무를 전담하는 실무 책임자가 된다. 이로써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웬디 셔먼 부장관-성 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행-정 박 부차관보’로 이어지는 라인업 구성이 일단락됐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초기 대북정책 검토 및 방향 설정을 좌우할 핵심 축이다.

○ 대북정책 실무 책임자에 ‘김정은 분석가’

 정 박은 이날 트위터에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로 국무부에 합류한다고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새로운 자리에서 드림팀과 함께 미국 국민들에게 다시 봉사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정 박은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정보국(DNI)에서 북한 담당 선임 분석관으로 근무했던 북한 전문가다. 2017년부터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에서 한국석좌로 활동해왔다. 지난해 조 바이든 대선캠프에 합류했고 이후 인수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분석한 ‘비커밍 김정은’이라는 제목의 저서를 출간하는 등 ‘김정은 분석가’로도 통한다. 이 때문에 그가 정책 수립과 시행을 담당하는 국무부보다는 DNI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지금까지 북한 업무를 맡았던 국무부 인사 중에서는 최고위직 여성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 국무부가 북한 담당 핵심 실무자를 지명한 것은 그만큼 내부적으로 북한 문제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 박은 이날 트위터로 지명 사실을 알리기 전 이미 국무부 사무실로 출근해 업무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앨릭스 웡 북한 담당 부차관보 겸 대북정책특별부대표가 맡았던 자리다.

 정 박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북한 정권의 내부 실태와 핵개발 상황을 누구보다 냉정하게 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도 강한 의문을 표시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는 “그래도 외교적 노력을 지속하는 게 제일 나은 방법”이라며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브루킹스를 떠나기 전 마지막 보고서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북자 단체 억압과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등이 민주주의를 훼손한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 “한국 민주주의의 힘과 복원력을 보여주는 것보다 북한에 민주주의를 보여줄 좋은 방법이 어디 있느냐”며 비판 의견을 경청하고, 인권 및 탈북자 단체에 대한 접근 방식 전환을 문 대통령에게 주문하기도 했다. 이런 그의 시각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美외교안보팀에 한국, 북한 전문가 포진

 정 박은 앞으로 국무부는 물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당국자들과 호흡을 맞추게 된다. NSC에는 커트 캠벨 인도태평양조정관, 에드 케이건 동아시아·오세아니아 선임국장, 로라 로젠버거 중국 담당 선임국장 등 과거 한국이나 북한 업무를 담당했던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6자회담 같은 다자 참여 방식이 다시 거론되고 있는 시점에 이들과의 조율이 폭넓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로는 성 김 대사가 아닌, 국무부 및 NSC에서 북한과 아시아 정책을 다뤘던 다른 대사급 인사가 최종 지명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문제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담당자들은 대부분 북한과의 험하고 지루한 협상에 이골이 난 사람들”이라며 “강경한 대북 인식을 바탕으로 정책 재검토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상원은 이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에 대한 인준안을 찬성 78표, 반대 22표로 통과시켰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취임 직후 한국과 일본, 멕시코, 캐나다 외교장관과 연쇄 통화를 가졌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