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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좌왕 방역-백신 늑장구매, 대통령이 나서서 고삐 죄야

우왕좌왕 방역-백신 늑장구매, 대통령이 나서서 고삐 죄야

Posted December. 23, 2020 07:18   

Updated December. 23, 2020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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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5부 요인 초청 간담회에서 “다행스럽게도 (코로나19) 방역에 있어서는 지금까지 아주 모범국가로 불릴 정도로 잘 대응을 해왔다”며 “앞으로도 코로나를 잘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백신 구매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리도 특별히 늦지 않게 국민들께 접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고 준비를 잘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평가대로 지금까지 확실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상태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와 체계적인 진단·추적·격리 시스템을 통해 선진국을 능가하는 환자 억제 성과를 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일일 확진자 수가 1000명대를 오르내릴 정도로 기존 방역 체계가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정부는 중증환자들이 병상을 구하지 못해 대기 중 사망하는 위급한 사태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의 설명대로 “앞으로도 잘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선뜻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요즘 백신 때문에 걱정들이 많은데 그동안 백신을 생산하는 나라에서 많은 지원과 행정지원을 해서 백신을 개발했기 때문에 그쪽 나라에서 먼저 접종되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피한 일”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백신 늦장구매를 정당화하기 하려는 옹색한 논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백신 개발국과 접종국을 동일시하는 것처럼 말했지만 실상은 백신을 만든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을 제외한 전 세계 수십개 접종국가들은 모두 임상시험 초기부터 구매를 서둘러 일찌감치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에 이어 유럽연합(EU) 27개국이 연내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하기로 했고 싱가포르는 연내 접종을 준비 중이다. 여당은 어제 보건복지부 장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백신 공급문제를 증언할 글로벌 제약사 대표들의 참고인 출석을 막았는데, 백신과 관련한 현실을 숨기고 호도해서는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지금은 코로나19가 국내에 유입된 이래 최대 위기상황이다.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자칫 코로나 사태가 통제 불능에 빠지고 경제마저 골병이 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도 있는 위험한 국면이다. 코로나 사태가 종식된 뒤 감사나 국회 추궁 등을 의식해서 책임질 일을 하지 않으려는 관료주의로는 현 상황을 헤쳐 나가기가 어렵다. 큰 위기일수록 최고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백신과 방역 대책에서 구체적이고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