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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1시간→5분...진단검사 더 빠르고 편리해져

6시간→1시간→5분...진단검사 더 빠르고 편리해져

Posted December. 07, 2020 07:56   

Updated December. 07, 2020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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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염병 진단은 감염자를 빠르게 가려내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는 방역의 핵심 역할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한국의 방역 정책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것도 신속한 진단검사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일(현지 시간) 영국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승인하며 백신 접종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검사 기술은 여전히 중요하다. 백신 생산과 구매계약, 유통 등의 절차를 거치려면 수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코로나19 검사법인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RT-PCR)’은 환자의 타액이나 코, 목구멍 등에서 검체를 채취한 후 바이러스 DNA를 수차례 복제해 바이러스를 특정 하는 유전자를 대규모로 늘린 뒤 실제로 바이러스 유전자가 늘어나면 환자가 감염된 것으로 판정한다. 정확도는 약 97% 수준이지만 검사에 6시간이나 소요되는 게 단점이다.

 과학자들은 검사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하고 있다. 노경태 국군의무사령부 국군의학연구소 책임연구원팀은 ‘역전사고리매개등온증폭법(RT-LAMP)’이라는 기술을 개발했다. RT-LAMP는 RT-PCR와 비슷하게 환자의 타액이나 코, 목구멍 등에서 검체를 채취한 후 특정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식별해 감염 여부를 판별한다. 다만 RT-PCR가 가열과 냉각의 온도 변화를 통해 유전자를 증폭시키는 것과 달리 RT-LAMP는 섭씨 55∼72도 사이의 동일한 온도에서 유전자를 증폭시켜 1시간 내 진단이 가능하다. 이 기술은 코로나19 관련 1호 특허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지난달에는 파라과이 공항의 현장 진단법으로 채택됐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진단법도 등장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생명체의 정보를 담고 있는 DNA에서 유전질환을 유발하는 특정한 부위의 염기를 잘라내 교정하는 기술이다. 찰스 치우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식별할 경우 이 유전자를 절단하도록 하는 동시에 형광분자 신호를 생성하도록 만들어 감염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발표했다.

 올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지난달 12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5분 만에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진단법을 개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한 진단법은 고가의 실험장비 없이 집에서도 편하게 검사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플라스틱 튜브에 뱉은 침으로 감염 여부를 가리는 타액진단법도 미국에서 도입됐다. 기존 검사법과 달리 감염 의심자가 의료진과 직접 접촉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미 4월 이 진단법의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여러 명의 검체를 묶어 함께 검사하는 취합검사법과 혈액을 이용해 10여 분 안에 간편하게 결과를 알 수 있는 항체검사법, X선으로 폐를 촬영해 무증상 확진자를 잡아내는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법 등도 있다.

 진단검사법이 진화하면서 관련 시장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세계 코로나19 진단검사 도구 시장 규모가 올해 33억 달러(약 3조6531억 원)에서 연평균 17.3% 성장해 2026년 85억 달러(약 9조4095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김민수기자 r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