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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작

Posted September. 14, 2020 07:25   

Updated September. 14, 2020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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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매번 지금이 제일 행복해, 그렇게 노력하는 거지’

― 김지수 ‘자존가들’ 중

 책 ‘자존가들’의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작업 구상보다 원고 읽기에 더 몰두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원고 속에 꿀단지 같은 명언들이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경험과 과정에서 비롯되었고 그들의 현재 모습으로 증명되고 있기에 그 명언들에 더욱 신뢰가 갔다. 배우 신구의 ‘난 매번 지금이 제일 행복해, 그렇게 노력하는 거지’ ‘최고의 연기자는 최고의 성실을 가진 자예요. 재능은 큰 차이가 없어’ 특히 이 두 문장에서 반가움을 느꼈다. 노력한다는 것은 자신의 부족함을 알기 때문이고, 부족함을 아는 사람은 성실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모든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현실 속에서 체험해가고 있다.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해 신입으로 디자인을 할 때, 팀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팀원을 이끌 때, 결혼 후 엄마로서 신생아를 케어할 때, 십여 년의 직장생활에서 벗어나 프리랜서로 독립할 때. 시작은 늘 쉽지 않았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정말 힘들었어, 다신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가 아니라 ‘그런 때도 있었구나’라는 뿌듯함과 좋은 기억들이 먼저 떠오르곤 한다. 사회생활을 오래하면 어떤 일도 두렵지 않다는 사람도 있던데, 사실 그렇지는 않았다. 분명 노련해지기도 하지만, 이후에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을 극복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기까지는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했다. 언젠가부터 다시 일어나서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을 하기까지 시간이 단축되었는데, 침울해하는 나를 향해 위로 삼아 건네신 어머니의 단호한 한마디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금이 가장 행복한 때라는 걸 알아야 해.’

 얼마나 쉬운 말인가. 누구나 할 수 있는 짧은 그 말이 나를 일으키기에 충분한 처방약이 되었다. 프리랜서 3년 차, 완벽하지 않지만 새로운 시작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여전히 많다. 행복한 과거가 되기에 충분히 행복한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