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자발적 자가격리’ 인증샷…시민 동참 이어져

‘자발적 자가격리’ 인증샷…시민 동참 이어져

Posted August. 31, 2020 07:36   

Updated August. 31, 2020 07:36

中文

 “좀 힘들더라도 다 함께 동참하면 좋지 않을까 해서 사진을 올렸어요.”

 경기 파주에 사는 윤한나 씨(38·여)는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자녀들과 집에서 소소한 일상을 보내는 사진을 올리고 있다. 사진에 단 해시태그는 ‘#자발적자가격리’였다. 사남매인 아이들과 함께 올린 사진은 유달리 특별한 건 아니다. 아이들이 주르륵 소파에 앉아 멍하니 TV를 보고 있거나 함께 뒤엉켜 노는 모습들이다.

 하지만 의외로 주위 반응은 뜨거웠다. 이럴 때일수록 같이 힘을 내자는 응원이 많았다. 해시태그를 타고 비슷한 모습을 담은 사진들도 많이 올라왔다. 윤 씨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TV에 나와 브리핑하는 걸 보면 왠지 모르게 숙연해진다”며 “모두 함께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좀 답답해도 함께 ‘할 수 있는 걸 해가며’ 힘을 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30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시작되며 수도권 시민들의 일상도 커다란 변화를 맞았다. 카페나 음식점 등이 문을 닫으며 자가 격리에 가까운 생활이 시작된 것. 이에 온라인에선 윤 씨처럼 생활 속에서 방역수칙을 실천하는 모습을 공개하며 서로에게 응원을 보내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울산에서 살고 있는 무용가 김동화 씨는 집에서 직접 작곡한 음악에 맞춰 창작 안무 영상을 며칠째 올리고 있다. 김 씨는 “자칫 아무것도 할 수 없단 허무주의에 빠지기 쉽지만, 이럴 때일수록 할 수 있는 걸 찾아보며 기운을 차려야겠단 생각에 안무 영상을 올렸다”고 전했다.

 현재 여러 소셜미디어에선 ‘#자발적자가격리’는 물론 ‘자발적거리두기’나 ‘#셀프격리’와 같은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이 수천 건이 넘어가고 있다. 자녀와 함께 집에서 종이컵 쌓기에 도전하거나 직접 요리한 사진 등을 올리며 서로에게 응원을 보내는 글들이 많다. 또 코로나19 전에 다녀왔던 해외여행 사진 등을 올리며 일상의 소중함을 곱씹는 게시물도 적지 않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기훈 씨(35)도 29일 소셜미디어에 자발적 자가 격리에 동참하자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김 씨는 글과 함께 집 거실에 텐트를 설치하고 가족과 함께 캠핑 분위기를 내거나 바람을 불어넣은 미니풀장에서 두 아이가 놀이를 즐기는 사진을 띄웠다.

 사실 김 씨는 자발적 자가 격리가 결코 반갑지 않다. 그의 쌍둥이 아들은 뇌병변 질환을 앓고 있어 주기적으로 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원래 소외계층 등을 지원하는 공연 행사들을 벌여왔는데 코로나19로 이마저 모두 중단됐다.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만 좌절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이겨내면 더 행복한 일상이 찾아올 거라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민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