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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피격’ 시위대 쏜 범인은 17세 백인...美흑백갈등 일파만파

‘흑인 피격’ 시위대 쏜 범인은 17세 백인...美흑백갈등 일파만파

Posted August. 28, 2020 07:54   

Updated August. 28, 202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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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세 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백인 경찰에게 총격을 당해 중태에 빠진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29) 사건의 충격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제2의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비화하고 있다. 특히 25일(현지 시간) 밤 위스콘신주 커노샤 지역의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2명을 숨지게 한 범인이 17세 백인 청소년으로 밝혀지면서 흑인과 시위대의 분노가 커지는 상황이다. 각 지역에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거칠어지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개입을 공식화하는 등 사태가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다.

 일리노이주 경찰은 26일 카일 리튼하우스(17)를 1급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리튼하우스는 전날 밤 자신의 집에서 20여 km 떨어진 커노샤 지역에서 시위대를 향해 자동소총을 난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개된 현장 동영상을 보면 이날 시위 현장에서 총성이 여러 차례 울렸고, 소총을 든 리튼하우스가 도망치기 시작했다. 시위대가 그를 잡으려고 뛰어가는 도중에 리튼하우스는 길바닥에 넘어졌고 시위대를 향해 또다시 총을 여러 발 발사했다. 이 과정에서 26세의 백인 남성을 포함해 2명이 죽고, 한 명은 다쳤다.

 리튼하우스는 평소 경찰을 동경했으며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대에 대항하는 ‘경찰 생명도 소중하다(Blue Lives Matter)’ 구호를 공유하고, 경찰 제복을 입거나 소총을 들고 있는 모습 등을 자주 소셜미디어 등에 게시했다. 총격 사건 몇 시간 전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주민들이 다치고 있다. 누군가 다친다면 위험한 곳으로 달려가겠다. 그것이 내가 총을 가진 이유”라고 말했다. 사건 당시 무장한 일부 주민은 통행금지령을 어기고 ‘자경단’을 운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조 시위도 확산되고 있다. 26일 로스앤젤레스 중심가에서는 300여 명이 모여 경찰의 강경 진압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 인근 오클랜드의 한 광장에도 수십 명의 시위대가 모이는 등 미 전역에서 산발적인 집회가 이어졌다.

 블레이크 사건은 이미 대선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으로 “미국 거리의 폭동과 방화, 폭력, 무법천지를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며 “나의 팀이 방금 위스콘신 주지사와 통화를 했고 그는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나는 연방 법집행 요원과 주방위군을 커노샤에 보낸다. ‘법’과 ‘질서’를 복원하기 위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한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대선에서 보수층 결집을 유도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26일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에서 “블레이크의 부모, 가족들과 대화를 나눴고 나는 그들에게 ‘정의는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다만 “잔혹함에 항의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공동체를 불태우는 것은 시위가 아니라 불필요한 폭력일 뿐”이라고 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