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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등장 ‘제2 이세돌’, 한중 바둑계 발칵

깜짝 등장 ‘제2 이세돌’, 한중 바둑계 발칵

Posted August. 18, 2020 07:25   

Updated August. 18, 2020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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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국내 바둑계가 이세돌급 신예 기사의 깜짝 등장에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 주인공은 만 17세의 문민종 2단.

 그는 이달 초 ‘제7회 글로비스배 세계바둑 U-20’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글로비스배는 만 20세 이하 기사를 대상으로 하지만 참가 기사들의 실력은 세계 정상급이다. 문 2단이 꺾은 리웨이칭(李維淸·결승) 랴오위안허(廖元赫·준결승) 셰커(謝科·8강전) 8단은 각각 중국 랭킹 13위, 22위, 16위의 정예 기사들이다. 중국 바둑계에선 국내 랭킹 1위인 신진서 9단(20)의 대항마로 생각하던 자국 기사들이 한국 랭킹 150위의 무명 기사에게 줄줄이 패하자 깜짝 놀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 2단은 “평소 실력만 발휘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대회 전 그들의 기보를 보며 차분히 준비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바둑계에선 문 2단에 대해 랭킹은 낮아도 ‘진흙 속의 진주’로 평가하고 있었다. 2017년 영재입단대회를 통해 입단한 그는 지난해 제7기 하찬석 국수배 영재바둑대회에서 처음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는 한국기원의 청소년 국가대표팀 리그(8명)에서 최근 1위를 차지해 다음 시즌에는 국가대표팀으로 승격한다. 올해 전적은 23승 10패. 특히 이달에는 8승 1패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김승준 9단은 “문 2단의 바둑을 인공지능으로 검토해 보면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수(블루 서클)를 척척 둬서 깜짝 놀랄 때가 많다”며 “문 2단처럼 숨겨진 젊은 진주가 많아 밖으로 꺼내는 것이 한국 바둑계의 과제”라고 말했다.

 글로비스배 우승 이후 한게임 타이젬 등 인터넷 바둑 사이트에선 중국 기사들의 대국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문 2단은 10판에 8판꼴로 이기고 있어 글로비스배 우승이 우연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문 2단은 이세돌 9단과 비슷한 스타일의 기풍을 갖고 있는 것으로 꼽힌다. 정확한 수읽기와 막강한 전투력으로 상대를 KO시키거나 대역전을 일궈내는 경우가 많다. 문 2단도 가장 좋아하는 기사로 이 9단을 꼽는다.

 “이세돌 사범님 바둑을 보면 저랑 승부 호흡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앞에 앉아 있는 상대를 압도하는 느낌이 듭니다. 저도 그런 느낌을 주는 기사가 되고 싶어요.”

 국내 랭킹 1, 2위인 신진서 박정환(27) 9단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의 수준이냐는 질문에 “부족한 것밖에 없다. 지금은 두 사범님을 넘어선다기보단 해볼 수 있는 데까지 해보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답했다. 그는 “올해 안에 세계대회 본선 진출이 목표이고, 나중엔 당연히 세계대회 우승을 하고 싶다”며 “무엇보다 바둑 팬들의 뇌리에 또렷이 남는 기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서정보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