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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땅•녹지는 아파트로 갈아엎고, 재건축•재개발은 ‘무늬만 완화’

빈땅•녹지는 아파트로 갈아엎고, 재건축•재개발은 ‘무늬만 완화’

Posted August. 05, 2020 07:42   

Updated August. 05, 2020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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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서울에 50층 아파트 재건축을 허용하고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등을 택지로 만들어 수도권에 13만 2000채의 주택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어제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 관계부처 장관들이 함께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는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 대책이 포함됐다. LH SH 같은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공공 재건축’을 하면 용적률을 500%까지 올려주고 층수도 50층까지 허용하는 등 규제를 완화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3기 신도시’ 등 서울 외곽에서만 대규모 주택 공급을 추진하던 정부가 서울 도심 내 공급 방안에 눈을 돌린 것은 평가할 만하다. 현재 용적률 250%인 아파트 500채를 재건축할 경우 용적률 300%를 적용하면 600채, 500%면 1000채로 크게 늘어난다. 서울 강남의 여러 재건축 단지들은 그동안 50층 아파트를 추진했으나 서울시의 35층 제한에 걸려 진행이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공공 재건축은 공공기관이 사업에 참여해야 하고 증가한 용적률의 50∼70%를 기부채납 하는 등 규제가 여전해 민간에서 얼마나 호응할지 의문이다. 강남의 재건축 조합들에서는 벌써부터 ‘건물을 높이 지어 소형주택과 임대아파트가 늘면 주차장만 복잡해진다’며 부정적인 반응들이 나온다.

 정부는 또 신규 택지를 마련하기 위해 그린벨트 지역인 태릉골프장을 비롯해 용산의 캠프킴, 마포의 서부면허시험장 등 빈 땅들을 샅샅이 긁어모았다. 태릉골프장은 인근 주민들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교통체증이 심해진다”며 반대하고 있고, 캠프킴 부지는 아직 미국의 반환 일정도 확정되지 않았다. 서둘러 발표한 공급 대책이 실제로 진행되기에는 난관이 많다.

 한강이나 산 주변에 50층 아파트들이 들어선다면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엄청나게 바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정책을 임기응변으로 추진해선 안 된다. 원칙적으로 50층을 허용하되 장기적인 도시계획을 세워 높일 곳은 높이고 저층을 지킬 곳은 지켜야 한다. 빈 땅을 전부 아파트로 채우기보다는 낡은 저층 주거지를 중층으로 높이는 것이 도시 환경에 바람직하다. 발표를 전후해 일부에서는 “정부가 제발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정책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당장의 궁지 탈출만을 위한 졸속 대책이 긁어 부스럼만 만들고 서울의 미래를 훼손시키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