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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가 도자기도 빚었다고?

Posted July. 09, 2020 07:33   

Updated July. 09, 2020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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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피카소가 인기 있을까?’ 싶지만 피카소는 역시 피카소다. 서울 성동구 더페이지갤러리에서 열리는 ‘PRINCE|PICASSO’전 이야기다. 리처드 프린스의 콜라주와 파블로 피카소의 세라믹 작품 각각 10점을 선보이는 소규모 전시인데도 입소문으로 주말마다 관객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진다.

 이 전시는 피카소가 직접 빚은 세라믹 작품을 국내 최초로 선보이고 있다. 그간 경매 등에서 봤던 대부분 작품들은 피카소의 디자인으로 공방에서 제작한 ‘에디션’ 작품이었다. 이번 전시에선 피카소가 직접 그리고, 손으로 꾹꾹 눌러 만든 형태의 흔적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차용한 형상이나, 에게해 인근의 고대 그릇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도 보인다. 피카소가 도자기를 만든 곳은 프랑스 남부의 발로리스였다. 남프랑스 코트다쥐르에서 휴가를 보내던 피카소는 1946년 발로리스의 연례 도자기 전시를 방문한다. 이곳에서 알게 된 마두라 공방의 수잔, 조르주 라미에 부부에게 도자기 만드는 법을 배웠다. 이후 25년간 마두라 공방과 인연을 맺으며 600종 4000점 이상의 세라믹을 디자인했다.

 피카소는 1년간 만든 작품으로도 대규모 전시 하나를 구성할 수 있을 정도의 다작이다. 여름휴가에도 ‘머리를 식히기 위해’ 도자기를 만든 이유는 뭘까. 유약과 굽기에 반응하는 ‘회화와는 다른 기술’에 대한 호기심도 있겠지만 상품성도 큰 매력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피카소는 컬렉터들이 세라믹에 좀 더 쉽게 접근하길 바랐다. 그래서 ‘에디션’을 수백 점 생산해 가격을 낮췄고, 이들이 최근 10여 년간 국제 경매 시장에서 꾸준히 거래됐다. 에디션 작품은 보통 수억 원대를 호가하지만 저렴한 작품은 수천만 원대에도 팔린다.

 사실 이 전시는 리처드 프린스의 콜라주가 메인이다. 도록 속 피카소의 그림을 뜯어내 프린스의 방식대로 변형한 작품으로 2012년 스페인 피카소 말라가 미술관 개인전에서 선보인 것들이다. 찢어져 너덜너덜한 가장자리와 가위로 오려진 피카소의 그림을 보면, 프린스가 “나도 피카소만큼 대단한 화가다”라고 과시하는 듯하다. 그런데 아기자기하고 자유분방한 피카소의 세라믹에 자꾸만 눈길이 가는 걸 막기가 어렵다. 전시는 31일까지.


김민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