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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그려진 토끼

Posted May. 27, 2020 07:39   

Updated May. 27, 2020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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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앞다투어 도우려 하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달과 토끼에 얽힌 이야기는 그 모습을 멋지게 펼쳐 보인다.

 원숭이, 승냥이, 수달, 토끼가 사는 곳에 어떤 노인이 찾아왔다. 노인은 지치고 배가 고픈 모습이었다. 노인의 배고픔을 해결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해 보였다. 동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노인을 도우려고 했다. 원숭이는 산에 가서 과일들을 따왔고, 승냥이는 고기와 도마뱀을 가져왔고, 수달은 물속으로 들어가서 물고기를 잡아 왔다. 그런데 토끼는 아무것도 해줄 게 없었다. 자신이 먹는 풀을 뜯어다 바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토끼는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붙이고 그 속에 뛰어들었다. 자신의 몸이라도 바치기로 한 것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뛰어들어도 몸에 불이 붙지 않았다. 불은 마치 차가운 눈 같았다. 이상한 일도 다 있지 싶었다. 그러자 노인이 말했다. ‘나는 하늘의 임금이다. 너를 시험하고자 온 것이다.’ 그 말을 듣고 토끼는 하늘의 임금이라 하더라도 자신을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늘의 왕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남에게 주려 하는 토끼의 마음씨에 감탄했다. 그는 토끼의 이타적인 마음을 세상에 알리려고 산을 짜서 그 즙으로 달에 토끼의 모습을 그려 넣었다. 달에 토끼 그림이 있는 이유다.

 이것은 ‘반야심경’에 나오는 부처의 전생 이야기들 중 하나로 여기에서 원숭이, 승냥이, 수달은 부처가 아끼던 세 제자이고 토끼는 부처 자신이다. 산을 짠 즙으로 물감을 삼아 달에 토끼의 형상을 그려 넣었다는 발상이 허황돼 보이지만, 그럼에도 이 이야기는 타자에 대한 환대와 보시(布施)에 관한 우화로는 손색이 없다. 이 우화는 동물들이 앞을 다퉈 가며 배고픈 사람을 대접하는 모습을 통해, 이웃을 위한 경쟁적인 환대가 얼마나 귀하고 윤리적인 것인지를 아낌없이 보여준다. 토끼가 그려진 달은 오늘도 하늘에서 세상을 비춘다. 세상이 밝고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다.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