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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지지층에 휘둘리는 민주당의 민심 왜곡

강경 지지층에 휘둘리는 민주당의 민심 왜곡

Posted February. 19, 2020 07:55   

Updated February. 19, 2020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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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대대표는 어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민주당만 빼고’ 칼럼고발 논란 등에 대해 “집권여당 원내대표로서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며 “더욱 낮고 겸손한 자세로 민생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당을 비판한 칼럼을 쓴 교수 고발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한 것이다. 4·15 총선을 50여일 앞두고 정부·여당 비판의 빌미가 되고 있는 악재를 털어내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최근 조국 사태에서 쓴 소리를 해온 금태섭 의원의 지역구 공천후보자를 추가 공모했다. 친문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을 받아온 금 의원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자 조국백서 필진으로 참가한 변호사가 이 지역 출마 의사를 밝혔다. 공천은 당의 권한이며 당내의 일이다. 각당마다 공천 기준은 후보의 본선 경쟁력과 세평 등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공당의 공천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과정의 중요한 단계이므로 국민 눈높이라는 상식적 기준도 중요하다. 공천 과정은 더 지켜봐야겠지만 조국 사태에 대한 정체성 시비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집권당으로서 민심을 외면하는 것이다.

 흔히 ‘문빠’로 불리는 강경 친문 지지자들은 최근 정부·여당에 우호적이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무차별 공격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생업이 어려워진 한 자영업자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기가) 거지같아요. 너무 장사가 안 돼요”라고 말했다가 개인 신상이 다 털렸다고 한다. 불경스러운 말투였다는 이유로 가게 상호와 주소, 휴대전화 번호까지 다 공개된 것이다. 친문 집단의 이같은 행태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와 반대의 자유 차원을 넘어서서 타인의 정치적 견해를 다중의 힘으로 억압하고 강제하려는 폭력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 정당은 계급·이념 정당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포괄정당(catch-all party)의 성격이 강하다. 지지층을 외면할 순 없지만 건전한 중도층을 아울러야 하는 이유다. 강경 지지층에 휘둘리면 민심이 왜곡될 수 있다. 지난 주 갤럽 여론조사에서 정부 견제론이 크게 늘어난 것은 정부·여당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다. 최근 여권을 향해 막말에 가까운 글을 올린 미래통합당 의원의 행태도 강경 보수지지층을 의식한 결과일 것이다. 강경 지지층을 넘어 국민 눈높이를 읽지 못하는 정당은 고립될 수밖에 없음을 보수-진보 진영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